얼마 전 한 자리에서 서로 다른 두 단체장의 돌발적인 민원인 응대 모습을 봤다. 사전예고 없이 갑작스레 출현한 민원인들과 그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두 단체장의 대처가 차이가 나도 너무 판이하게 났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이종윤 청원 군수 얘기다.

이날 두 단체장들은 지난 10일 오는 7월이면 그동안 충북에 소속돼 있다가 세종특별자치시로 편입되는 청원군 부용면 주민들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곧 이들을 품어안을 유한식 세종시장 당선자도 있었다.

관련된 3개 지역 단체장들이 주민들과 자리를 같이한 만큼 조상 대대로 써오던 '충북' 명칭에서 '세종시'로 행정상 호적이 바뀌는 아쉬움과 섭섭함, 막연한 불안감과 기대감들이 나타났다.


-두 단체장의 판이한 대응

그런데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간담회 시작 전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이 지사와 이 군수에게 갑작스레 나타난 주민들이 "지금 이 동네에 있는 S양회의 레미콘·아스콘 증설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으니 그 곳에 한번 들러 주민들의 얘기 좀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은 "지역주민들의 이런 바람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주민 간담회냐"며 "부용면을 (세종시에)팔아먹은…"이라는 격한 감정도 드러냈다. 이 때까지는 주민들의 이런 요청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듯 했다.

문제는 간담회가 끝난 뒤 차에 오르려는 이들 단체장들을 주민들이 다시 막고 거듭 농성장에 들러달라고 요청하는 데서 터졌다. 어떻게든 농성장으로 데려가려는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수행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도 벌어졌다. 주민중 일부는 이 지사를, 다른 일부는 이 군수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거치른 표현이 오갔다. 특히 이 군수와 그를 제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격한 감정이 표출됐다. 이 때부터 이 지사와 이 군수의 대응 방법이 달랐다.

이 지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원인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결국 주민들의 요청대로 예정에도 없던 천막 농성장을 방문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 때문인지 충북도는 바로 다음 날 S양회에 공장 증설 일시 중지 권고를 했고 S양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반면 이 군수는 주민들과 상소리가 섞인 언쟁을 벌이며 정면 충돌했다. 욕을 하는 주민을 이 군수가 쫒아가 서로 핏대를 올렸고 결국 간담회는 썰렁하게 끝났다.

물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백주 대낮에 면전에서 단체장에게 욕을 퍼부은 주민들도 잘못이 크다. 그 욕도 가장 심한 말을 썼다. 단체장 이전에 엄연히 하나의 인격체인 이 군수의 입장에서는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


- 행정의 노련함 차이


그러나 군민을 대표하는 단체장이 주민의 과격한 표현에 맞서 얼굴을 붉히고 막가는 듯한 언쟁을 벌인 건 그리 썩 보기 좋지 않았다. 이 군수에게 배알도 없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진중함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막말을 주고받은 주민들이 군수를 어떻게 볼 것이며, 군수 역시 그런 주민과 어떻게 지역 발전을 얘기할 것인가.


반면 이 지사에게는 "선거에 6번 나서 모두 이긴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지사 역시 평소 맺고 끊음이 분명치 않다는 평가가 뒤따르지만 이날 그의 처신은 노련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군수에게는 이런 노련함이 조금 부족했다.이 지사를 추켜세우고, 이 군수를 평가 절하하는 걸로 받아들이지말고 앞으로 청주·청원 통합 추진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 지역 살림을 살필 때 참고했으면 좋겠다.



/박광호·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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