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 스승의 날이다. 가르침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고, 교육의 참 의미를 성찰하기 위한 스승의 날 본질이 퇴색되고 왜곡돼 가뜩이나 위축된 교권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스승과 제자, 학부모 간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상한 날'이 돼 버렸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교육당국으로부터 '촌지 감시'를 받는 날이 됐을까.


- 월급 받고 수업하는 사람


교사들은 '스승의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로 '부담'을 꼽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교단의 현실이 방증됐다. 얼마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교원인식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스승의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로 '부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자'(32.5%), '보람과 긍지'(19.7%), '카네이션'(7.8%) 순이었다. 스승의 날이면 사회적으로 촌지 등 교직사회의 부정적 단면이 부각되면서 교원들이 상실감과 허탈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시행되는 교육 당국의 '암행감찰'이다. 끊이지 않고 사회 부조리가 돼 버린 촌지 관행을 근절한다며 감찰조까지 편성해 학교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 학교 뿐 아니라 식당,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밤 시간대에도 감찰활동이 이뤄진다. 교직원의 금전·선물·상품권 등 촌지 수수 행위, 학부모로부터 향응·편의를 제공받는 행위 등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교권을 확립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교육당국이라는 씁쓸한 뒷얘기도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현재 우리의 교육환경은 위기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전인 교육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고, 사교육이 지나치게 중대시되면서 공교육이 위기로 내몰리는 교육계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 '교권 추락'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푸념이고, 교권이 아예 사라졌다며 '교권 제로'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동안 시끄러웠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이 혼란스런 교육계에 기름을 끼얹어 어린 학생들까지 스승에 대한 존경은 커녕 '학교에서 월급받고 수업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최근 음성 모여중에서 어린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법을 문제 삼아 교사를 무릎 꿇리고 잘못을 빌게 만든 사건은 스승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그대로 드러난 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승에 대한 학생들의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사실이 왜곡되고, 확대됐다며 불 끄기에 급급한 옹색한 변명만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 교권 회복은 가장 시급한 현안


교육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 교육계가 큰 혼란이 휩싸이고, 교권이 사라졌어도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중심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한다. 참다운 스승의 존재는 현재의 교육과 사회를 비춰보는 거울인 동시에 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을 존경하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없고, 미래를 기약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스승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자긍심을 갖게 될 때 그 사회에 희망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 1∼2년간 교직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1%에 달할 정도로 교권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교권 회복과 참 스승을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위기의 학교와 교육을 살리는 일도 결국 교권이 회복되고 확립됐을 때 가능하다. 교육계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절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다. 내년 스승의 날에는 '희망가'를 듣고 싶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