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호국(護國), 공훈에 보답해 한다는 보훈(報勳). 정부는 올해 여러 미래지향적 행사를 통해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호국정신을 함양하여, 나라사랑과 국민통합에 기여하기로 했단다. 현충일 행사에 경제ㆍ문화예술ㆍ종교, 체육계 등 각계인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조기게양ㆍ묵념참여 등 엄숙한 추모행사에 전 국민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5,000여명이 참석하는 전쟁기념관의 6 · 25 기념식, 3,000여명이 참석하는 해군 2함대의 연평해전 10주년 행사, 전쟁기념관과 서울광장을 잇는 호국퍼레이드 및 나라사랑 콘서트, 6ㆍ25상기 안보마라톤 대회 등 특별한 행사를 통해 전후 세대에게는 6ㆍ25전쟁과 그 이후의 도발을 상기시키고 6·25사변과 그 이후 희생ㆍ헌신한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전달 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순국선열'이니 '호국보훈' 이니 하는 말이 나오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소리로 치부하거나, 현충일을 또 다른 하나의 공휴일로만 생각하고, 6 · 25사변은 먼 이웃나라의 남북전쟁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정부의 이와 같은 계획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언론 등에서는 젊은 세대의 안보관에 문제가 많다든가, 6 · 25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걱정이다 등의 일회성 보도와 함께 안보교육의 취약성 및 대책 필요성을 떠들다가 슬그머니 사그라져 버리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의 이번 대규모 기념행사 계획이 일과성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누가 정권을 잡든,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살아 누리고 있는 나머지 모든 국민의 뇌리 속에 심겨지도록 하고, 희생자 가족들이 자부심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각종의 조치들을 지속적이고 가시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 위에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고비와 고비를 넘기며 여기까지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게 해준 것이 바로 순국선열들의 희생이다. 나라 위해 목숨을 잃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현재의 우리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분들을 기억하고 기리지 않는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아무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목숨 바치지 않을 것이다. 보훈(報勳)은 거창한 행사와 구호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 그 유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주위의 보훈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말 한마디 건네 보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또한, 자녀들과 함께 국화 한 송이 손에 들고 국립묘지나 가까운 현충탑을 찾아보자.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그 어려움을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은 바로 이런 작은 실천에서 비롯될 것이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