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흔들기' 총공세

여론 지지율을 놓고 대추격을 공언하고 나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鄭東泳) 후보와 수성전략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0%대 문턱을 못넘고 있는 정 후보측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현재의 판을 흔들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이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를 전면화하기 시작했고, 이 후보는 45%를 내부 마지노선으로 삼은 채 신당의 비리의혹 제기에 강력 대응하며 현재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후보측과 신당은 ?후보를 상대로 차별화된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지지율 제고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판단 속에서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 기간 이 후보를 향해 전방위적 공세를 펴나가기로 했다.

신당은 특히 금주부터 전략 상임위로 꼽히는 법사.재경.정무.건교.행자위를 중심으로 ▲bbk 주가조작 의혹 ▲상암동 건설비리 의혹 ▲aig 국부유출 의혹 ▲도곡동땅투기 의혹 ▲천호동 뉴타운 비리 의혹 등 5대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며 이 후보의 도덕성과 재산형성 과정을 집중 추궁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는 "현재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 범여권 전체 후보군의 지지율이 30%, 부동층이 20%를 차지하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흐름"이라며 "큰 정책적 담론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판을 흔들어 변화를 만들어내는게 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국감 무대에서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저열성, 생각의 경박성, 정책의 특권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경위 국감에서 박영선, 채수찬 의원이 "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함께 설립한 lk-e뱅크 주식 66만 6천여주를 2001년 2월 김씨가 미국에 세운 am 파파스에 100억원에 팔고도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내지 않았다"며 국감이후 처음으로 이후보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고, 법사.정무.건교위에서도 후속 의혹제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충일 대표를 비롯한 신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은 이날 낮 국회 본청앞 계단에 모여 'bbk 주가조작의혹 김경준 소환 저지공작 규탄대회를 갖고 "이 후보는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며 "미국 법원에 김경준씨의 소환연기를 요청한 것을 취하하고 국민 앞에 bbk의혹을 해명하라"고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비판했다.

정 후보측은 이 후보의 비리의혹이 여론에 환기되고 선거대책위가 공식 발족하면 이달말께 지지율이 20%대 중반에 안착하고, 내달 중순 정책대결이 본궤도에 오르며 30%대 중반으로 2차 상승을 꾀하는데 이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다음달말 50대 50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과 한나라당은 정 후보 지지율이 20%를 돌파하지 못하고 여전히 10% 중.후반대에 묶여 있는데 대해 내심 안도하면서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가급적 누르고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늦추는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의 지지율이 앞으로 20%를 돌파하더라도 25%선에서 1차 저지선이 형성되고 30%에서 또다시 강력한 2차 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내달 말 공식선거전 시작을 앞두고 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겠지만 25%, 30%선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단일후보가 30% 지지율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달 27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전 때까지 현재 50%를넘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45%선에서 유지하면서 정 후보의 지지율은 최소 35%선에서 저지, 두 후보간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 벌린 상태에서 공식 선거전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 후보측 핵심 인사는 "45%대 35%로 10% 포인트 격차만 선거전 시작 전까지 유지된다면 공식선거전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투표에서는 56%대 44%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은 현재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범여권의 비리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공세를 조기 차단하되, 역으로 정 후보에 대한 검증공세를 한층 강화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치열한 당내 검증을 거쳤던 이 후보와는 달리 정 후보의 경우 새로운 의혹이 공개될수록 더욱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 정 후보에 대해 여러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국감이후에도 검증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본격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범여권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제2의 김대업이라는 경각심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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