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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여인
김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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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6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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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닌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든 사력을 다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했었다. 결과를 염두에 두지 말고 매사의 과정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였는가를 늘 되돌아보라고 일렀었다. 젊은 날엔 어머니의 말뜻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었다. 요즘엔 뒤늦게 철이 들어서인지 무슨 일이든 혼신의 힘을 다하려니 어느 땐 체력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이는 가슴에 열정이 식은 탓인지도 모른다. 젊은 날과 달리 매사에 시들할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내가 다시금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얼마 전 관람한 가수 이미자의 가요 데뷔 오십 주년 공연이 그것이다. 그녀는 열아홉 살에 '열아홉 순정'이라는 곡으로 가요계에 데뷔 그동안 동백 아가씨를 비롯 이 천 여 곡을 혼을 다하여 가슴으로 노래를 부른 가수이다.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칭호처럼 그녀 노래는 처량한 음색과 애절한 의미의 가사가 특징이다.

그날 이미자가 무대 위에서 ' 동백 아가씨' 노래를 부를 때 갑자기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이 떠올랐었다. 우리 집 라디오에서 '동백 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왔었다. 그 노래를 처음 듣고 그녀 특유의 애조 띤 음색과 슬픈 가사가 어린 마음에도 몹시 구슬프게 젖어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대중가요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기쁠 때, 슬플 때 누구나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게 대중가요 아니던가. 노래를 통하여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대중가요는 삶의 묘약인 셈이다. 이미자는 그날총 두 번의 공연을 치렀다. 칠순에 가까운 연령임에도 그녀의 목소리에선 전혀 나이를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장시간 노래를 부르는데도 지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었다.

그야말로 신들린 듯 노래를 불렀다. 그날 그녀의 공연이 벌어지던 날 경기도 광명 시 너른 체육관을 빈틈없이 꽉 메운 많은 군중들은 이미자의 노래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열기로 체육관 안은 후끈 달아올랐었다.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관람객들은 그녀의 노래에 완전히 사로잡혀 그녀가 곡목을 바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었다. 어르신들은 그날만큼은 자신들의 나이도 잊은 듯 노래가 끝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고 앵콜을 외쳤었다. 그런 군중의 환호를 받는 그녀를 보자 『 트라이앵글 법칙』의 저자 페트릭 렌시오의 언술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조직이나 개인에 있어 불행으로 이끄는 징후를 세 가지로 요약 했다.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올바르지 못한 평가가 그것이라고 했다.

가수 이미자는 가요 데뷔 50년을 통하여 그녀가 부른 노래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노래에 기대어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삶의 애환을 달랠 수 있었으니 타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녀의 목소리가 가히 문화재급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으니 대중들로부터 올바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 않는가. 이로 인해 이미자 본인 자신도 성취감을 느낄 터이니 트라이앵글 법칙을 오롯이 지키는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공연을 떠올리며 나또한 이 '트라이앵글 법칙에 얼마나 충실한가.' 자신을 되돌아본다. 과연 나의 붓 끝이 적으나마 탁류를 정화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 적 있던가. 가슴에 손을 얹어보니 나는 아직도 지성의 저울대가 부족해서인지 문형(文衡)의 신이 제대로 짚히지 못한 듯하여 문인으로서 이점이 못내 부끄럽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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