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군대 생활에서 사격 교관으로 사격 대회 선수들을 맡아 한 달간 사격 훈련을 시킨 적이 있어 소총 사격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0.1도의 부정확한 사격이 이백 미터 표적에 가서는 많은 오차를 내어 명중하지 않고 표적 자체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처음 조금의 잘못이 멀리 가면 갈수록 더 큰 차이를 발생시키고 조금 센 바람에 무거운 탄환도 십오 센티 이상의 오차를 가져왔다.

한 때 얼마간 낚시를 무척 좋아했다. 금강이 지나는 마을에서 유년시절을보냈기에 낚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대낚 한 대로 시작하여 나이 먹으며 욕심이 생겨 대여섯 대나 되는 채비를 준비하여 다니다가, 한 때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일 미터 이상의 잉어를 잡아 올리는 릴낚 하는 사람 덕분에(?) 나도 잠시간 릴낚으로 대어를 잡겠다는 욕심에 빠진 적이 있다.

낚시를 떠나기 전날 그 기분은 대어의 입질을 받아 낚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항시 들떠 있었다. 준비 과정이 조금은 번거롭지만. 전날 기름 짜는 집에 가서 깻묵을 한 장 사서 가루로 만들어 잉어와 붕어 낚시 미끼로 준비했다.자주 기름집을 드나들다 보니 자연히 기름을 짜 파는 아부머니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 노력하지 않아도 들기름을 많이 볶아(검게 타도록) 병에다 구십 퍼센트를 들기름을 담고 십 퍼센트를 참기름을 넣어, 진짜 정말 참기름으로 둔갑 시켜 내다 파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이런 일은 아주 다반사였기에 이 일에 종사하는 아주머니들은 이런 일을 당연시 했다. 이날이후 필자는 참기름을 넣어 밥을 비벼 먹어도 전에 느끼던 참기름 맛은 아닌 것이었다. 한 번의 불신은 오랜 시간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며칠 전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 참기름보다 우리 들기름 값이 더 비싼 것을 알았다.

진짜 꿀도 매한가지였다. 구체적으로 지명은 밝히지 않겠다. 거론 된 그곳의 양봉에 종사하는 선량한 분들의 피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탕을 범벅으로 오십 보 떨어진 곳에 놓아 벌들이 쉽게 날라 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꿀을 양산하여 지나는 손님에게 벌통에서 직접 짜 죽은 벌까지 넣어 진짜 꿀을 만들어 팔아 많은 이문을 남기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것을 사 먹은 손님들은 시골 인심을 굳게 믿었기에 건강히 지낸다면 다행이다.

가까운 친구의 넋두리에서, 송이버섯도 그러했다. 중국산을 구입해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국산으로 둔갑하여 파는 순박하게 보이는 시골 사람이 다른 곳보다 조금 싸게 파는 것에 현혹되어 신명나게 국산 송이버섯이라 여기고 사와 약간 석연찮아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니 중국산이란 말을 아주 쉽게 들었다고 개탄하는 것이었다.

연금보험도 같은 입장이었다. 중도해약 시에만 감면받은 세금을 반환해야 되지만 만료되면 반환이 없이 해택을 본다는 등 처음 가입 시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들게 해놓고는 만기가 되어 찾아보니 해택 본 세금을 공제하고 주는 것이었다. 지금 가입하는 분들도 미리 해택이 없음을 알고 가입해야 훗날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런대도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얄밉게 속이는 자가,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남과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 보다 소수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여러 면을 살펴보면 분명 문제점은 많다. 그러나 부조리한 문제점 보다 긍정적인 우리 사회의 면모에 관심을 갖다보면 바다처럼 썩지 않을 것이다. 없어진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남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조금 잘못되어 휘인 것은 아주 크게 바라보면 많이 휘어져 바로 잡을 수 없어 그 악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역으로 많이 휘어져 바로 잡을 수 없어 보이는 것도 그 시발점은 아주 정상임을 알아야 한다.



/성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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