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새 정부 출범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통폐합 대상 정부부처를 거론하고 있다. 민영화 여론과는 반대로 그동안 공공부문이 몸집을 너무 불려 왔고,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 수를 늘렸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공무원 수의 증가에 비례해서 규제만 잔뜩 늘어났다는 지적이 더 크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도 한다.

정권말기 탓인지 공공부문이 국민에게 봉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직과 보스에게 충성하는 징후도 더욱 농후해지고 있다. 주택정책에서 실패한 건설교통부는 70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적자를 내는 공공 금융기관의 많은 직원들의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가짜연수도 적발되었다. 지방 경제의 핏줄인 중소 상공인들 50% 이상이 대책 없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루 벌어먹기도 힘든 계층이 자꾸만 늘어나는 마당에 공공부문의 집단이기는 꼭 딴 나라 이야기만 같다.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직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분야 종사자들이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을 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수행한다고 보지 않는다. 임금은 지불능력과 생계비를 기준으로 결정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결정 요소는 사회적 합의이다.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는 사기업도 여론의 눈치를 봐가면서 임금을 인상한다. 공공분야의 임금이야말로 사회적 합의 원칙에 부응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은 수입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덜 억울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추세는 민간부분의 중시 및 확장, 공공부문 역할의 축소이다. 그러나 한국만큼은 그 반대이다. 올바른 리더십의 부재이거나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성과 관계없는 고위직의 증가는 인체에 지방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이로운 것은 없고 해가 될 뿐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공무원 인건비만 수조 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공공부문의 영화를 위해 국민은 골병이 들게 생겼다. 민간부문의 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발전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셈이다. 민간분야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대다수 젊은 인재들이 주로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 공공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혁파가 차기 정권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될 것이다. 각종 규제부터 시장기능에 되돌려줌으로써 사회 전반에 자율과 창의성이 꽃피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총 5,025개의 정부규제 중 30% 정도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규제철폐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혁파를 위해서 언론의 역할이 정말 기대된다. 공공분야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축소되도록 견인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언론사 기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정부와 공공기관에 죽치고 앉아서 감시하고 또 파헤쳐야 한다.

좋은 정부는 국민에게 자부심과 즐거움을 주는 정부이다. 그 반대는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웃음을 앗아가는 정부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정파간 대립과 갈등, 굳어지는 학벌주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의 피폐, 사상의 독선, 치솟는 세금, 특수계층의 이익만 싸고도는 권력층에 대한 분노 등으로 점철되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대중은 스스로 명품성을 만끽하려는 욕구에 차 있다. 권력의 일방적 계몽으로 개인적 개성과 사상의 즐거움을 희생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차기정부는 공공부문을 혁파함으로써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당위성을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