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로야구가 어느덧 중반을 향해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순위싸움의 안개가 걷히지 않고 가을야구를 향한 피말리는 순위경쟁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우리네 인생사와 닮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스포츠경기 중에서 단연 야구가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과 우리의 인생살이가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땀과 눈물, 고뇌와 열정, 도전과 환희 등 짧은 순간에 만감의 교차를 경험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떤 날은 경기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날이 있고, 아무리 노력하고 집중해도 연패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의 시간을 감내하면 반드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도 있고, 그렇지 못하면 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인생살이와도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 뒤의 찬스라는 경기흐름의 미학과 보내기 번트, 희생플라이, 팀배팅 같은 자신을 버리는 희생정신, 분업화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소속감과 책임의식, 한 번 공격하고 수비하는 굴곡과 변화, 상대의 방심을 틈타 남의 것을 훔쳐내는 합법적인 도루, 그리고 시종 끌려가다 한 방에 뒤집는 끝내기 홈런을 통한 대역전극이 그러하다.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 하는 선수들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팀의 구성원과 협동해서 처리하고, 혼자서 갈 수 없는 거리는 동료를 믿고 기다렸다 갈 수 있는 여유,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면 지도자에 의지해 이기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즉, 혼자서 무리하게 만용을 부리지 않고 동료들의 도움과 협력, 희생과 배려에 의해 게임을 풀어가다 보면 승리는 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야구경기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인생 레이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추구(승리)라고 한다면,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기관리에 충실해야 하고,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자기 믿음과 성실함이 바탕이 돼야 한다.

아울러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인간관계 또한 원만하게 유지해야 하며, 조직 내에서의 성과를 위한 팀워크에 흠결 없이 융화해야 하고, 때로는 고통과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팽팽한 승부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순간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위기에 대처하고 기회를 살려 발전해 가는 모습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긴 승부의 과정에서 약팀이 약팀인 것은 전진하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다시 방어선을 긋고 무너지는 팀을 추스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열 번, 백 번, 수천 번을 수세에 몰리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팀원들의 단합된 힘으로 반격을 노린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인생살이에도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장 차이에서 결판이 난다.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이 강하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기와집을 열두 채를 지었다가 헐었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근성과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 각성된 자세가 우리의 삶에 접목될 수 있도록 야구경기에서 존재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지혜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김종탁 주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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