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싱그러운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옷깃을 여미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나라사랑 태도를 기르는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학교와 기관의 '쉼표 없는 나라사랑, 마침표 없는 보훈실천', '기억해요 아픈 역사 잊지마요 보훈정신' 등 현수막을 보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다.

지난 현충일에도 조기(弔旗)를 게양한 집이 너무 적었다. 관공서에서 도로변에 게양하지 않았으면 국가 기념일조차 모를 정도이고, 묵념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냥 공휴일이고 놀러가는 날로 생각하는 것 같다.


-튼튼한 안보 확립


문득 지난 해 여름, 백두산을 거쳐 두만강을 갔던 생각이 난다. 중국과 북한이 접하고 있는 두만강 다리 위 국경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그것도 북한이 아닌 중국을 거쳐. 두만강의 뗏목도 탔지만 흥겹기는커녕 착잡한 마음 그지없었다. 푸른 강물인 줄 알았는데 탁류가 흘렀다. 강 건너 보이는 북녘의 산은 민둥산이었고 페인트칠한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고귀한 목숨까지 바치며 나라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북한 동포들처럼 굶주리며 노예처럼 강제노동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친다.


지난 60여 년 동안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도의 발전과 성장을 했다. 피땀 흘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혹독한 가난과 싸우면서도 뜨거운 교육열,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의 세계에서 손꼽히는 산업발전과 경제개발 덕분이다.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 분단된 국토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 없이는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 중에서 우리의 튼튼한 안보를 확립해준 한ㆍ미동맹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0-50 클럽' 진입


악몽 같은 일제 치하에서 광복을 찾았지만,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잿더미 속에서 온 국민이 피나는 노력을 하여, 오늘날 인구가 5천만이 넘고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넘는 '20-50 클럽'에 진입한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으로 단 6개국뿐이다. 국제사회에서 2만 달러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소득 기준이고, 5000만 명은 인구 강국과 소국의 기준이라니 무척 기쁘고 고무적이다.

그런데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이만큼 잘 사는 것이 저절로 된 것으로 여기고, 우리를 도와준 미국을 비롯한 우방에 대해서는 적대시하고, 지구상 유례없는 3대 세습까지 하며 동포들을 굶어죽게 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조차 안 하고 추종하는 도착(倒着)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니 심히 우려된다. 더구나 다른 때도 아닌 호국보훈의 달에 애국가까지 부정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2년이 되었는데도 통일기반 마련은커녕 아직도 전쟁의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는 지금도 휴전상태에 있으며, 북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만행이 증명해주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에 숭고한 넋을 기리고, 희생정신을 본받으며, 국민 각자가 나라와 겨레를 위해 하여야 할 책임과 각오를 새롭게 하고, 국민 모두의 화합과 총력안보를 바탕으로 막강한 국력신장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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