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증회고(怨憎會苦)라 하여 원수지고 미운사람 만나는 고통이 있는데 속담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딱 마주친다.”는 말과 같이 참으로 만나기 괴로운 고통이다. 알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이가 부부나 사랑하는 사람사이인데 돌아서면 원수같이 냉정하고 무자비한 사이가 된다. 가장 정이 많은 사람이 갈라지고 보면 가장 잔인한 원수가 될 수 있으니 원래 원수니 적(敵)이니 없건만 탐욕이나 시기, 질투나 어리석은 정(情) 때문에 원한을 가지고 만나기조차 꺼리는 것이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니 반야의 지혜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구부득고(求不得苦)라는 고(苦)인데 아무리 희망을 갖고 얻으려고 해도 평생 얻지 못하고 끝나는 수가 허다하다. 그 예로 자기 마음에 드는 이성(異性) 같은 것, 저 남자 아니면 죽어도 결혼 하지 않는다든가 저 여자 아니면 자살한다든갇··· 뿐만 아니라 꼭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관이 돼야 한다든갇···, 의사가 된다든가, 장군이 된다든지, 큰 부자갇···, 아니면 위대한 과학자, 음악가, 미술가, 권력가 등등이 되겠다고 공부하고 온갖 노력 다 하지만 꼭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수가 허다하다. 99%의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수가 있다. 이 어찌 팔자(八字)나 운명으로만 돌리리요. 꼭 뜻과 같이 안 되는 고(苦)가 세상 이치이며 설사 노력에 정진을 거듭하여 이뤄진다 해도 별 것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된다 해도 어떤 사람들은 형벌(刑罰)을 면치 못하는 사람도 있고 보니 인간이 선망하는 정상(頂上)이 도리어 불행을 가져오는 수도 있다.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 한 번 구경했으면 원이 없겠다고 읊은 중국 사람도 있는가 하면 중국의 유명한 여산(廬山)의 저녁노을과 절강(浙江)의 조수(潮水)를 한번 구경하려고 평생 돈을 모아 구경 길에 오르고 보니 보고 또 보았으되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여산”의 저녁노을은 아름답고 “절강”의 조수는 여전히 아름답다는 시구(詩句)가 있다. 평생을 돈을 모으고 명승지를 구경하려고 애쓰다 그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아름답다”, “수승(殊勝)하다”하고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그 곳에 오래 머물러 살아봤자 그저 아름답다, 놀랍다 하고 감탄사만 나올 뿐 참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흘러간 유행가에도 있듯이 “석굴암 아침경은 못 보면 한이 되고 해운데 저녁달은 볼수록 유정하다”는 가사가 있는데 그 아름답고 수승한 경관을 새겨 마음속에 그 정토(淨土)를 늘 담아두고 그런 정토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강산 구경을 하였지만 이 복잡한 세상을 잠시 떠나 선경(仙境)같은 자연 속에 빼어난 산과 바위와 물을 구경하면서 오염된 마음을 정화하고 대자연의 섭리(攝理)가 뭔가 두고두고 느끼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금강산뿐이랴. 설악산, 지리산도 빼어난 경관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자동차까지 들어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소음과 배기가스 등이 뒤범벅되며 위락시설이다 뭐다 산을 훼손하고 물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감탄사가 별로 나오지 않은 것이지 금강산처럼 오십년 동안 사람의 출입을 자제하고 가시철망을 치고 보호하면 훌륭한 선경일 것이다.

못 보면 천추의 한이 되고 보고나면 별로 얻는 것이 없고 “여전히 저녁노을은 아름답고 금모래를 수없이 일어대는 조수는 현란하고 아름답고”, “물레방아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하는 식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변함없이 고요히 움직이는데 뜬세상 인간이 스스로 한탄하고 바삐 돌아가는 구나. 아무리 아리따운 미색(美色)도 늙으면 별 수 없고 부귀영화도 이 한 몸 죽은 후에는 아무 소용없고 기름진 고기반찬도 며칠만 연달아 먹으면 신선한 채소 생각이 나고, 비단옷도 헤어지면 물걸레로 돌아가고 그렇게 구(求)하려고 해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불경(佛經)에 나오는 구부득고(求不得苦)인 것이다.

이 세상 영원한 것 없고 변하지 않는 것 하나도 없건만 사람들은 부질없이 얻고자 함에 억매여 괜한 고통만 있을 뿐이다. 생각 한 번, 마음 한 번 고쳐먹으면 그렇게도 편해지는 것을····. 항상 욕심을 줄이고 성냄을 줄이고 어리석음을 줄인다면 어찌 나에게 독(毒)이 있으리요. 고(苦)가 있으리요. 깨치면(覺) 편하고 비우면 즐거울 뿐이다. 이것이 잘 사는 인생이 아니겠는가?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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