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몇 개월째 표류를 하고 있다. 스페인에 대해 조건없는 146조원의 구제금융을 실시하면서 진정기미를 보이기는 하나 여전히 불안하고, 그리스의 경우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신민주당이 승리해 가까스로 연립정부를 구성해 위기를 넘기는 듯하다.

그렇지만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7%이상으로 치솟고 OECD 국가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이탈리아가 6%대의 금리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스 선거의 경우 이번 사태를 촉발하게 된 정부에 대해 상대적인 반감이 커져 있으나 유로존 탈퇴를 희망하는 좌파에는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마음따로 몸 따로의 선거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과도 복지지출이 문제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세번째로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의 유럽재정위기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스페인이나 그리스의 경우와 너무 흡사하고 소위 일본형 장기불황에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붕괴는 간단하다. 장밋빛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이후 불황에 따른 장기 침체로 금융권이 바닥이 나고, 소위 보편적 복지로 인한 국가재정의 고갈로 인해 위기를 스스로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상황이 스페인의 5년전과 똑같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나 무상유아교육의복지가 과연 우리나라의 현상황에 적정한지 자본주의 경제 개념에 타당한지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이는 가계수입은 줄어드는데 써야할 생활비가 많다는 것이므로 빚을 지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과 같다.

소위 잘 나간다는 테헤란로 상가건물마다 임대 걸개가 붙어있으며 부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나 삼성동 아이파크가 반토막이 났으나 매물만 쌓이고 있다.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성안길 중심상가 경매신청도 늘어나고 있고 아파트 경매건수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낙찰률도 떨어지고 감정가의 20% 수준이어도 유찰되는 현실이 요즘 세태를 대변하는 듯하다.

저금리기조가 유지되면서 부동산 거품과 건설업 장기불황, 그리고 금융권의 부실과 가계부채 등 위기가 옮겨지는 과정이 유럽재정위기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것이 기우가 아니길 바라는 심정이다.


-가계부채비율이 위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치솟고 있고 지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보다도 위험한 수준이며, 미국 등 주요 국가가 가계부채를 줄여온 것과 달리 우리는 높아져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총부채 상환비율(DTI) 제도로 위험수준을 가까스로 관리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이 늘고 이들에게 대출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관여한 금융권의 몰락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불평등도가 높고 중위소득이하의 상대빈곤율이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지니계수도 2000년이후 0.315로 악화되어 생활수준이 낮아지고 행복지수도 떨어지고 있다. 정부도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고 금리수준 결정도 여의치 않아 국가재정위기관리를 총괄할 시스템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19대 국회도 개원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처럼 토토리 키재기 식의 대선출마 선언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그리고 중차대한 국가미래를 가늠할 국가재정위기가 풍전등화 같은데 책임지거나 나서는 이가 없어 연말에 진정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인지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장희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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