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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사망 미스터리] 블로그 개설자 파악이 '열쇠'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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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27  2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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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55)이 홍콩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김병일의 입'을 통해 최초 블로그 개설자와 글 게시자를 밝혀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을 '정우택 인터넷 괴문서 유포' 사건을 풀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귀국을 종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우택 성추문 의혹 글이 탑재돼 있는 야후 블로그(Crime To Guilty)의 개설자는 엉뚱한 곳에서 들통이 났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불법 대출사실을 터트리겠다고 협박해 수억원을 뜯은 공갈범이 블로그 개설자로 드러났다. 블로그 개설자와 정우택 성추문 의혹 글을 올린 게시자의 동일 인물 여부는 이제 경찰의 숙제로 남았다.

△김병일 유서에 쏠린 눈

홍콩 현지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유족들의 주장에도, 현지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특별한 외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이사장이 머무른 방에서 억울한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지 경찰이 유서를 현장에서 입수해 유족에게 전달했고, 유족의 뜻에 따라 현지 경찰도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서가 존재한다면 김 전 이사장의 사망 원인은 자살로 결론날 공산이 크고,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족이 자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이사장의 유서가 있더라도 공개될 확률은 극히 낮다. 김 전 이사장이 유서를 통해 세상에 무엇을 털어놓고 갔을 지는 현재까지는 요원한 상태다.

△엉뚱한 곳에서 터진 실마리


19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15일 야후 블로그에 '정우택 성추문 의혹 글'이 올라왔다. 이 괴문서에는 '정우택 후보가 충북도지사 재직 시절인 지난 2007년 제주도에서 경제 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골프 접대와 성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괴문서가 일파만파 퍼지자 블로그는 바로 폐쇄됐다. 정우택 캠프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글 게시 다음 날 김 전 이사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블로그가 연동된 사실을 확인하고 소환조사를 했으나, 그는 "해킹당했다"고 주장하며 1차 조사를 마친 뒤 홍콩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귀국을 종용했으나, 최초 블로그 개설자는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튀어나왔다.

블로그 개설자가 다름 아닌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협박해 거액을 뜯은 L씨(43)로 검찰수사결과 밝혀졌다. L씨는 김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 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주고는 이를 빌미로 거꾸로 김 회장을 협박해 3억8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L씨는 블로그를 통해 기사 형식의 폭로 글을 8차례 올렸으며, 김 회장은 L씨가 글을 지워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건냈다. 지난 18일 구속된 L씨는 자신은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택 인터넷 괴문서 사건을 수사중인 충북경찰은 일단 L씨를 블로그 개설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블로그 개설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L씨를 블로그 개설자로 보기에는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IP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추측이라는 것이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L씨가 블로그 개설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뒤 블로그 개설자와 게시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의 개인 블로그 메인 화면. 블로그 이미지 화면으로 사용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흐린 하늘이 그의 심정을 암시하는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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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실체 드러나나

L씨는 홍콩 현지에서 언론 M사를 운영한 재원이다. L씨는 여당 중진의원 A씨의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2008년 총선 때는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 명문대학을 나온 L씨는 홍콩에서 지난 10월 문제의 블로그를 개설해 같은 달 초부터 저축은행 비리 폭로 글을 8차례 올려 수억원을 편취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L씨가 정우택 인터넷 괴문서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지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뛰어난 블로그 활용도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L씨가 '깃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수군거리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폭로의 경우 L씨가 건질 '당근'이 있었지만 정우택 성추문 의혹 글과 관련해서는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L씨가 정우택 관련 글을 올리는 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굳이 자신의블로그에 정우택과 관련된 '위험한 글'이 게시되도록 놔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몸 담았던 L씨가 과연 이 글의 파괴력을 가늠하지 못했을까도 의문으로 남는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사실 여부를 떠나 구체적이라는 점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실제 정우택 캠프 측은 경찰에 수사의뢰한 지 12일 만에 '3자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사가들은 L씨가 A의원의 보좌관을 지냈고, 정우택 캠프 측에서 최초 고발한 3명 중 1명인 B씨와 친분이 각별하다는 점을 들춰내기도 한다. '몸통'이 따로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김 전 이사장의 죽음과 연결시키는 경우다. 갖은 억측 속에서 과연 어떤 수사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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