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은 기억이 있는 동화책에 주인이 잃어버린 보석을 찾아 나선 개와 고양이 이야기가 있다.

천신만고 끝에 보석을 찾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 강을 만나게 된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고양이는 수영에 능한 개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게 되고, 개는 수영하는 동안 자기가 찾아낸 보석을 고양이에게 맡긴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잃어버린 보석을 자기가 찾은 것처럼 전달하고, 그 공로로 주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함께 집안에서 지내게 된다. 보석을 찾고 강을 건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개의 수고는 간과돼 집 밖에서 지내는 찬밥신세가 된다.

억울함을 느낀 개는 그날 이후로 고양이만 만나면 싸우는 앙숙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이 해학적인 동화를 읽으면서 마치 약삭빠른 인간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후사정을 잘 살필 줄 모르는 주인에게 성실하게 노력해봐야 무용지물이라는 느낌도 든다.

고양이는 하는 일 없이 방안에서 빈둥거리면서 따뜻하고 배부르게 지내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반면, 개는 집 지키랴 주인 눈치 보랴 풍찬노숙에 대우받지 못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주인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개의 용맹함과 충성심에 대한 기록은 화려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주인을 화재에서 구하기 위해 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끄다 죽은 전북 임실의 오수견은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고, 스위스 구조견 세인트(聖)버나드는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성자(聖者)의 칭호를 받고 있다.

또 일본 시부야 전철역 앞에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그 자리에서 죽은 충성스러운 개를 추모하는 하찌공(公)이라는 동상이 있는데, 공(公)이란 칭호는 영국의 귀족작위 중 공작(公爵)을 의미하는 것으로 왕족에 준하는 존경받는 직위다. 이 하찌공의 동상은 일본사람들이 누군가를 꼭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약속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맹도견은 앞 못 보는 맹인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안내해 주는 잘 훈련된 개로서 인간을 대신해 장애인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유익한 동물이다. 그리고 오늘날 개들은 고도로 분화한 핵가족시대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동반관계를 유지해 주는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로서 가장 으뜸이 되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적,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우들에게 인간의 의술로는 부여하지 못하는 만족과 희망을 느끼게 하는 치유효과를 주는 치유동물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마약이나 폭발물, 실종자 등을 찾아내는 수색견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개의 조상은 사람을 해치기도 하는 늑대를 순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개의 품종도 다양하다. 어떤 품종은 훈련시키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길들여진 다음에는 웬만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하는가 하면, 다른 품종은 쉽게 길들여지는 것 같지만 조금만 환경이 바뀌거나 역경이 오면 반복된 훈련으로 애써 배운 것을 잊어버리거나 쉽게 포기하는 의지력이 나약한 부류도 있다.

우리는 개들의 삶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교훈을 얻게 된다. 개들은 결코 주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번 맺은 관계를 아주 소중히 생각하며, 주인의 직위나 빈부를 살피지 않는다. 또 주인이 하루아침에 불구가 되거나 사업에 실패해 노숙자 신세가 되더라도 결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주인은 개를 버릴지언정 개는 주인을 버리지 않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개를 너무 좋아해서 동물들과 가까워졌고 결국은 축산학까지 전공하게 됐다. 곧 복날이 다가올 텐데 내가 좋아하는 많은 개들이 수난을 당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저려온다.



/김언현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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