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국방장관이 24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안의 국회 동의를 구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대통합민주신당 원내 지도부를 찾아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냉담한 반응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임종석 수석부대표, 최재성 공보부대표 등을 만나 "국민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지게 해달라"며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안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자이툰 부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현지 주민으로부터칭송을 받고 있는 만큼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다"며 "철군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현지 치안도 마음 놓을 수 없다"며 올해 안 철군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장관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비판받고 장관을 욕해도 좋다"며"북핵 해결, 6자회담 등 한미간 공조를 위해 할 일이 많은데 미국이 어려울 때 우리가 이라크에서 발을 빼면 한미간 이견의 틈새를 키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김 장관은 "올해 철군하면 불고기 다 먹고 나서 콜라 한잔 안줘서 (미국을) 서운하게 만드는 격"이라고 농담도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불고기 먹은 뒤 콜라는 몸에 안좋다"며 농담으로 되받았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자이툰 부대 철군 주장을 주도해온 임종석 수석부대표도 "부시 미 대통령은 내년에도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올해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복잡한 상황에 휘말려 철군이 더 어려워진다"고 가세했다.

임 부대표가 "국회 권위가 무력화되면 언제든 (파병을) 또 연장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의 신뢰 약화도 큰 국익 손실이다"고 하자 김 장관은 "국회를 존중하니 부탁드리는 것 아니냐. 대통령은 임기 중 파병문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맞받는 등 가벼운 설전도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다시 나서서 "지금 보면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간 명분인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여기서 결론 날 일이 아니니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열심히 하자"고 했다.

김 장관이 "그럼 당론으로 반대하지 마시고 권고적 당론으로 해달라고 감히 제가 부탁드리겠다"며 '마지막 카드'를 냈지만 김 원내대표는 "무슨 얘긴지 충분히 알겠다"며 자리를 파해 사실상 김 장관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편 김 장관은 신당 원내 지도부 면담에 앞서 오전에는 김관진 합참의장과 함께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을 찾아 파병 연장안 처리 과정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 의장은 "이 문제는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정당간에도 입장이 다른데 진행 과정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나로서는 현재는 언론 보도 이상 깊이 아는 것도 없다"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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