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후 첫 장외집회..출마가능성 배제안해

대선 출마설(說)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24일 "현실 정치에서 떠나 있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서울시청 광장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 특별 연사로 참석, "북한의 김정일과 남한의 친(親)김정일 세력이 또 다시 한반도의 주도세력이 되느냐, 아니면대한민국 수호세력이 그 주도권을 장악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이날 발언은 전날 밤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올 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 상황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언급한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졌다.

특히 이 전 총재는 행사가 끝난 뒤 '출마하실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나중에 얘기합시다"라며 즉답을 피해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연설에서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체제가 흔들리는데도 정치권이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몸조심해서는 안된다"면서 "대한민국 수호세력은 모두 단결해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나라의 기반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자. 신뢰받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이 같은 언급은 정권 교체를 통한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안보 문제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노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최근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 당이나 후보 누구 하나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이 전 총재가 답답해 하고마음 상해 한 부분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더욱이 이 전 총재측 일각에서는 "이명박 후보 주변 사람들 가운데 운동권 출신이 많이 있다"며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가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실내 강연이 아닌 대중 장외집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앞으로도 이 같은 보수적 성향의 집회에는 적극 참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25일에는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독도의 날' 선포식 행사에 참석, 축사를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을 두고 주변 측근과 당내 인사들사이에는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대선 출마나 불출마를 떠나서 정권 교체에 도움이되는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 역할이 무엇인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입장을 정리하지 않을까 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러나 당내 한 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측근들이 이미 이 후보를 돕고 있거나 현실 정치의 중심에 없는 점과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직이나 자금이 없는 점 등을 볼때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이 후보에게 자신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압박하기 위한 이 전 총재의 '무력 시위'이거나 내년 총선 등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고 있는 주변 인사들의 바람에 불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평화의 전제조건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10.4남북정상회담은 실패"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북에 가서 '인민주권의 전당' 이라며 그들 체제를 미화하고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고 말해 서해교전 용사와 유족, 국민의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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