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경영' 최정봉 참사랑재단 이사장
충북 최초 호스피스 전문병원 자부심
남을 포용하는 것이 사회복지 첫걸음

[충청일보]"어버이 살아신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후이면 애달프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 선생의 훈민가(訓民歌) 중 한 대목이다.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며 불효는 죄 중에 대죄이니 효도는 미뤘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계실 적에 효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의료법인 참사랑재단 최정봉 이사장(69)이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옛 선인의 가르침이다. 자녀를 대신해 300여 명에 이르는 부모를 보살피고 있는 최 이사장의 인생 얘기이기도 하다. 노인복지에 일생을 바친 최 이사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진정한 복지사회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참사랑병원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참사랑병원은 노인복지증진을 위해 지난 2003년에 설립된 노인병원이다. 지난 2001년 이미 문을 연 충북도립노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현재 참사랑병원은 병원진료와 노인요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충북도내에서는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병동(4년 연속 보건복지부 호스피스 지정기관)을 시작한 명실상부한 노인전문병원이다. 충북에서는 이미 '브랜드'화 됐다고 자부한다. 노인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노인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인병원을 개원하게 됐다. 참사랑병원 설립 당시에는 전국에 노인병원이 50개 정도에 불과했다."

△청소년 시절, 최정봉을 떠올린다면.

"가정형편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도 학업에 대한 열정은 유독 남달랐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해 공부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 때는 공부가 내 갈길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 끝없는 노력과 시련의 세월이 지금의 최정봉을 이룰 수 있게 한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내면서 매번 나 자신에게 주문했다. '옳은 길만 가자.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말자'였다. 지금은 삶의 신념이 됐다. 정직하게 공부하고 인생을 꾸준히 탐문했던 청소년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여긴다. '복지 경영인'이라는 말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참 기분 좋은 호칭이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철학이 있다면.

"환자욕구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라도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을 것이고, 자연에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을 것이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부모, 내 형제처럼 아끼고 보살피면 된다. 마음으로 봉양하면 된다. 그리고 몸으로 실천하면 된다. 몸이 불편하다 싶으면 아픈 곳을 찾아 치료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면 함께 손잡고 웃으며 무료함을 달래주면 된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편안하게, 평온하게 모시는 것이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다."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물질보다는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 사람다운 삶이 가장 가치가 있다. 후손들이 참다운 삶을 살수 있도록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 내가 꿈꾸는 인생이고, 삶의 가치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 물질을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회 기여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보람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질적으로 사회에 베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내 일을 열심히 하거나, 또는 다양한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회 인프라 마련에 역점을 두고 인생을 설계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다양한 인간 심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 기여이자, 나눔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다. 각자 맡은 바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인생의 참된 가치가 아닐까 여겨진다."

△꿈꾸는 복지세상을 그려본다면.

"병원을 운영함에 있어서 자신이 환자가 됐을 때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환자중심의 병원운영을 지향한다. 병원을 십수년 운영하면서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환자가 있다. 내가 병원을 순회할 때다. 한 환자가 '남는 것이 있으면 남들에게 주고 여유가 생기면 이웃에 베풀며 살아라'는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더불어 사는 것 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 소중한 분이다. 우연히 전해들은 이 얘기가 내가 바라는 복지세상의 그림이다. 늦깍이 공부를 시작해 지난 2005년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람마다 만족도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인간답게 삶의 길을 터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이다. 상대편을 이해하고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일지라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헐뜯지 말고 수용하는 내가, 우리가 돼야 한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첫 걸음이다."

최정봉 이사장을 만난 지난 2일은 유난히 무더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던 그의 집무실은 찜통이었다. "요즘 국가에서 에너지 절약을 죽기 살기로 외치는데, 기자 양반도 동참하겠지요." 창문을 통해 펼쳐진 싱그러운 초록물결이 땀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직접 타준 커피를 마시는 내내 그의 소박하고 진정한 삶의 자세에 동화됐다. 소신과 확신. 그에게 받은 인상이다. 꾸미지 않지만 세련돼 보이는 그에게 '효(孝)'를 느끼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 의료법인 참사랑재단 최정봉 이사장은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복지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는 최 이사장에게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향기가 은은했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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