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패러디가 유행인 시대인 것 같다.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패러디가 재현된다. 패러디는 진지함을 비웃으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상투적인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진지하면서도 위대한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도 있다. 이 상은 미국의 한 잡지사 편집자가 만들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이 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그노벨'은 품위 있음을 뜻하는 '노블(noble)'의 반대말인 '이그노블(ignoble)'을 뜻한다. 이 상은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사물이나 자연을 연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이그노벨상 수상식은 매년 11월에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식 2주 전에 하버드 대학의 교정에서 열린다. 선정위원회에는 진짜 과학자들도 있고, 노벨상 수상자들도 있고, IQ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도 있지만, 중범죄인도 있다. 이들이 뽑은 2011년 수상작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그노벨 생물학상은 비단벌레가 맥주병과 짝짓기를 하는 이유를 밝힌 호주의 과학자들이 받았다. 맥주병 표면에는 오돌도돌한 돌기가 있는데, 비단벌레 수컷은 이 돌기에서 반사하는 빛을 암컷이 성적 유혹을 할 때 내는 빛으로 착각해서 맥주병과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정식으로 학술지에 실렸으며, 앞으로는 생활용품을 만들 때에도 동식물의 생태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그노벨 의학상은 사람들이 소변을 참을 때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알아본 두 연구 팀에게 수여되었다. 한 연구팀은 소변을 참을수록 금전문제에 신중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소변을 참은 행동이 충동적인 선택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고, 다른 연구팀은 소변을 참으면 집중력과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업무의 정확성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수상하였다. 이그노벨 문학상은 '조직적 지연작전'이라는 이론을 제안한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받았다. 그는 사람들이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는 중요한 일을 하기 싫을 때, 그보다 덜 중요한 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시험이 내일이면 갑자기 책상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현상을 이 지연작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혼 남녀가 결혼을 미루면서 항상 "일이 너무 바빠서"라고 말하는 것도 이 작전일 수 있다.

이그노벨 수학상은 역설적으로 수학의 중요성을 전파한 종말론자들에게 수여되었다. 1954년에 지구가 종말한다고 예언하였던 미국의 도로시 마틴, 1982년이라고 계산한 팻 로버스튼, 1990년이라고 주장한 엘리자베스 클레어, 1992년이라고 주장한 한국의 이장림 목사, 1999년이라고 주장한 우간다의 크레도니아 므웨린데, 1994년이라고 주장했다가 틀리자 2011년으로 말을 바꾼 미국의 해롤드 캠핑이 이 상을 받았다. 그 중 이장림 목사는 다미 선교회를 만든 후 휴거설을 주장하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수상의 이유는 수학적 가설을 세우고 계산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인류에게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0년에 이그노벨상을 받고 10년 뒤에 진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도 있다. 러시아의 안드레 가임 교수는 자성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 부양한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후, 연필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반복하여 한 층의 탄소 평면 구조인 그래핀이라는 물질을 찾아내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패러디는 표절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씨앗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패러디한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우리는 끝없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백성혜(한국교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