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바라보는 연세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 손녀와 함께 책가방을 메고 매일 학교버스로 등·하교 하는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충주시 노은면 노은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강매실(67·충주시 노은면 연하리·사진) 할머니.

강 할머니는 요즘 이 학교 3학년생인 큰 손녀 유진 양과 둘째 손녀이자 동급생인 1학년 해진 양, 유치원에 다니는 셋째 손녀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강 할머니가 뒤늦게 초등학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가 2년 전 작고하고 나서부터다.

한글을 깨치지 못했기에 할아버지의 빈 자리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컸다.

청첩장과 공과금 납부고지서 등 수시로 날라들어오는 각종 서류의 내용을 알 수가 없었기에 할머니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아들 내외는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해 손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마저도 할머니의 답답함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3월 둘째 손녀와 함께 이 학교에 진학한 강 할머니는 8개월이 넘도록 한글을 깨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받침 없는 글씨는 그런대로 써 내려가지만 받침 있는 글자는 아직도 서툰 상태.

옆자리에 앉은 둘째 손녀의 지도에 따라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글을 쓰랴 손녀까지 챙기랴 강 할머니의 하루 수업시간은 마냥 짧기만 하다.

담임교사 이종엽씨는 "할머니의 존재가 1학년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할머니의 노력이 큰 머지않아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외지에 나간 아들을 대신해 손녀 3명을 키우고 있는 강 할머니는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과정까지는 공부하고 싶다"고 귀띔했다./충주=이원준 기자 wj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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