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 이날까지 화장 한번 안 해 봤습니다"

충북 충주시 노은초등학교 1학년 1반 강매중(67. 노은면 연하리) 할머니.

화장하고 한글을 모르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주위의 물음에 강 할머니는"한글을 모른다는 부끄러움으로 자신감이 없어 한글을 깨우치기까지는 나한테 멋을 낸다는 것이 가당치 않았다"며 "학교에 나와 글을 배운다는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요즘 이 학교 3학년인 큰 손녀 유진 양과 둘째 손녀缺?동급생인 1학년 해진 양, 유치원에 다니는 셋째 손녀와 함께 학교에 나오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올 3월 둘째 손녀와 함께 입학식을 치르고 1학년 동급생 11명과 함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할머니는 8개월이 넘게 학교를 다니며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은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했다.

받침 없는 글씨는 그런 데로 써 내려가지만 받침 있는 글자는 아직도 서투른 상태.

옆자리에 앉은 둘째 손녀의 지도에 따라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을 쓰랴 손자.

손녀뻘인 동급생들을 챙기랴 하루 수업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담임선생님 이종엽(54) 씨는 "할아버지가 지난해 말 돌아가시자 할머니가 실의에 빠져 있어 주위에서 손녀들과 함께 한글이라도 배우라는 권유를 받고 할머니가 교장선생님에게 요청해 정식 학생은 아니지만 학교를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동급생인 김여진(8) 양은 "할머니가 잘 챙겨주셔서 좋다"고 말했다.

"욕심을 낼 수 있다면 중학교과정까지는 공부하고 싶다"는 할머니는 외지에 나간 아들을 대신 해 손녀 3명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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