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제갈공명이 청년시절에 즐겨 부르던 "양부음"이라는 노래는 복숭아 두 개로 세 용사를 죽게 했다는 내용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재위시 공손접, 전개강, 고야자라는 장수가 있었다. 이들은 경공과 나라를 위하여 큰 공을 세운데다 서로의 의리가 두터웠으나 나라의 법을 무시하고 무례하기가 도에 지나쳤다. 이들의 횡포가 경공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당시 재상이었던 안영이 경공을 시켜 세 장수에게 두 개의 복숭아를 주어 자신의 공로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먹도록 하는 꾀를 낸다. 공손접과 전개강이 먼저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며 복숭아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고야자가 칼을 빼어들고 이들 두 사람을 꾸짖으며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자기들이 복숭아를 먹은 것은 탐욕이라 생각하고 그 탐욕을 부끄러이 여겨 자결하고 말았다. 고야자는 친구를 부끄럽게 하고서 자신의 이름을 높인 것은 불의라고 여겨 또한 자결하고 말았다.


-소년과 신문 좌판대


지금은 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신문좌판대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여남은 살의 소년이 매일아침 좌판에 꽂힌 어린이 신문을 모조리 빼서 훑어보고는 그냥 갔다. 단 한 부의 신문도 사질 않고 매일 공짜신문 보기가 이어지자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지켜보던 주인이 마침내 적극적인 제지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소년은 막무가내로 공짜신문 보기를 시도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날, 한 노인이 그 소년의 손을 잡고 좌판을 찾아와 그간 소년이 보았던 신문값을 한꺼번에 계산을 했다. 이상하게 여긴 좌판주인이 연유를 묻자 노인은 "우리 손자가 지나치게 부끄러움을 잘 타고 정직하여 세상살이를 어렵게 할 것이 걱정되어 이를 교정하기 위해 그리 시켰소" 하더란다.

면후흑심(面厚黑心)
후흑론은 중국 청말에 이종오란 사람이 중국의 역대 통치자와 영웅들의 성정과 통치술을 분석한 결과를 내세운 이론이다. 대개의 영웅은 얼굴이 성벽만큼 두껍고 마음은 숯처럼 검은 면후흑심이 성공의 비결이라 주장했다. 최근 한국의 정가에서도 화두가 되었을 만큼 처세학에 있어 나름 의미가 있다. 위의 첫 번째 예는 얼굴이 두껍지 못한 사람의 수오지심을 자극하여 죽음으로 몰고 간 사례고, 두 번째는 지혜로운 노인의 손자를 위한 가르침이다. 이러한 사례는 많다. 삼국지에서 수성만 하던 사마의는 공명으로부터 여인의 복장과 족두리를 받는 조롱을 당하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고, 한고조 유방은 초나라 항우가 유방의 부친을 삶아 죽이겠다고 하자 태연하게 그 국 한 사발을 달라고 한다. 반면 항우는 홍문의 연회에서 세상의 평판이 두려워 유방의 목을 치지 못하여 한신으로부터 "필부의 용(勇)이요, 아녀자의 인(仁)"이란 조롱을 당했고, 해하에서 패한 뒤에도 절치부심하기는 커녕 강동의 부형들 보기가 부끄럽다며 목숨을 끊어 스스로 천하를 유방에게 내준다. 항우는 굴욕을 참아내는 면후가 없었고, 결단을 내릴 때는 사사로움을 돌아보지 않는 심흑이 모자랐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절치부심, 적당한 두꺼움의 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역경을 맞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각박한 현대사회를 사는 남자들에겐 굴욕, 수모 등은 의외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한때의 부끄러움으로 인해 직장에 사표를 내고, 우울증을 앓고, 더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인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하고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라는 격언처럼 적당한 얼굴의 두꺼움은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네 범부에게 있어 삶의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정직하다면 그것을 지키기 어렵고, 지나치게 얼굴이 두꺼워 수치를 모른다면 후안무치(厚顔無恥)에 지나지 않는다. 종종 인간관계로 갈등하는 후배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들려준다. "진실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자신을 모욕하거나 수모를 준다면 고민하고 아파야 하지만, 나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강아지는 그저 낯선 사람이라 짖는 것이지 그 사람의 선악을 구분하여 짖는 것이 아니다" 라고.



/김용국 충북도 미래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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