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단일화 마감시한 '카운트 다운' 들어갔는데
대선후보등록 d-29 앞으로 29일,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단일화를 이구동성으로 외쳐온 이들 주자는 각기 유리한 협상고지를 선점하려는전략적 계산 속에서 서로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거나 고의적인 '뜸들이기' 전략을 펴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
먼저 장외의 문국현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후보를 향해"물러나야 할 사람들"이라며 공세의 포문을 열자,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참여 자격이 없다"고 되받아치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두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조기 단일화 논의 보다는 일단 '파이'(범여권 전체 지지율)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속에서 최대한 논의의 속도를 늦추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초장부터 꼬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각 후보의 지지율 추이와 격차가 고착화되는 내달 중반께에 이르면 협상이 큰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망이 높다.
◇文 "鄭.李 백의종군하라" = 문 후보는 정 후보와 이 후보를 향해 "낡은 사람들은 백의종군해야 한다"며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기존 범여권 주자들과의 적극적 차별화를 시도함으로써 지지율 상승효과를 꾀하고 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일부 정치공학자들이 민심과 상관없이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신당 내부조차 단일화가 안돼있는 상황"이라며 단일화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고 "내부를 정리하는데도 11월 중순까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전날 대구방송(tbc)과의 인터뷰에서는 "정동영, 이인제 후보가 나라를 위해 후퇴해 백의종군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공격했다.
이는 문 후보가 실제 단일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측면 보다는 '몸값'을 키우려는 전략적 제스처로 풀이하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범여권 주자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신의 지지율이 15% 이상으로 오를 때 협상을 시작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범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자릿수 지지율로는 정 후보에게 '흡수'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李 "文 단일화 참여자격 없다" = 민주당 이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중도개혁세력이 아니라면 (후보단일화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반격을 가했다. 문 후보의 거듭되는 '정동영 때리기'가 이 후보를 따돌리고 정 후보와 일 대 일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를 깔고 있다는 게 이 후보측의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만들려는 정당의 노선을 잘 모른다. 저만 모르는 게 아니라 국민도 모른다"며 "문 후보가 '단일화에 관심없다'고 한 발언은 정치노선이 중도개혁이 아니라는 고백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또 "단일화는 중도개혁세력이 결자해지해서 수구 한나라당과 대결해 12월에 궁극적으로 중도개혁 정권을 세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은 11월중순까지 자체 지지율을 20% 안팎까지 끌어올려 단일화 협상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鄭 "서둘 것 없다..파이 키워야" = 선두주자인 정 후보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면서 단일화 논의의 속도는 가급적 늦추려는 전략이다. 자체 지지율이 25∼30%까지 오르면 그때 가서 문 후보와 이 후보를 상대로 단일화 협상을 확실히 주도해나가겠다는 계산이지만 그와 동시에 범여권의 '파이'(전체 지지율)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정 후보는 물론 문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상승해 이명박 후보를 넘어서는 수준이돼야 '의미있는' 단일화 논의가 가능하다는 상황인식이다.
정 후보는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다른 후보에 대한 얘기보다는 내 스스로 비전과 포부를 얘기하고 싶다"고 직접적 답변을 피한 채 "대통합, 후보통합, 후보단일화는 국민 중심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의사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이미 후보통합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5년전 후보단일화도 후보등록 하루 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11월 중.후반께 형성되는 지지율 추이가 후보 단일화 논의의 최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11월 중반까지 25% 이상 30%에 근접할 경우 정 후보가 사실상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지만 만일 10% 중.후반에서 고착화되고 문 후보의지지율이 10%를 넘어설 경우 협상 자체가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1월말까지 범여권 전체 지지율이 낮게 나올 경우 문 후보가 내년 총선을 노리고 독자노선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자 3인의 이념적.지역적 기반이 서로 이질적이라는 점도 단일화 협상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