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단일화 마감시한 '카운트 다운' 들어갔는데

대선후보등록 d-29

앞으로 29일,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후보단일화는 내달 25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대선후보 등록 이전에 마무리돼야하는 만큼 대선후보들의 마음은 급해졌지만, 서로의 셈법과 이해관계가 판이해 단일화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고 기세싸움만 치열한 상태다.

단일화를 이구동성으로 외쳐온 이들 주자는 각기 유리한 협상고지를 선점하려는전략적 계산 속에서 서로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거나 고의적인 '뜸들이기' 전략을 펴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먼저 장외의 문국현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후보를 향해"물러나야 할 사람들"이라며 공세의 포문을 열자,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참여 자격이 없다"고 되받아치며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두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조기 단일화 논의 보다는 일단 '파이'(범여권 전체 지지율)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속에서 최대한 논의의 속도를 늦추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초장부터 꼬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각 후보의 지지율 추이와 격차가 고착화되는 내달 중반께에 이르면 협상이 큰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망이 높다.

◇文 "鄭.李 백의종군하라" = 문 후보는 정 후보와 이 후보를 향해 "낡은 사람들은 백의종군해야 한다"며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기존 범여권 주자들과의 적극적 차별화를 시도함으로써 지지율 상승효과를 꾀하고 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일부 정치공학자들이 민심과 상관없이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신당 내부조차 단일화가 안돼있는 상황"이라며 단일화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고 "내부를 정리하는데도 11월 중순까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전날 대구방송(tbc)과의 인터뷰에서는 "정동영, 이인제 후보가 나라를 위해 후퇴해 백의종군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공격했다.

이는 문 후보가 실제 단일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측면 보다는 '몸값'을 키우려는 전략적 제스처로 풀이하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범여권 주자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신의 지지율이 15% 이상으로 오를 때 협상을 시작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범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자릿수 지지율로는 정 후보에게 '흡수'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李 "文 단일화 참여자격 없다" = 민주당 이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중도개혁세력이 아니라면 (후보단일화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반격을 가했다. 문 후보의 거듭되는 '정동영 때리기'가 이 후보를 따돌리고 정 후보와 일 대 일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를 깔고 있다는 게 이 후보측의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만들려는 정당의 노선을 잘 모른다. 저만 모르는 게 아니라 국민도 모른다"며 "문 후보가 '단일화에 관심없다'고 한 발언은 정치노선이 중도개혁이 아니라는 고백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또 "단일화는 중도개혁세력이 결자해지해서 수구 한나라당과 대결해 12월에 궁극적으로 중도개혁 정권을 세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은 11월중순까지 자체 지지율을 20% 안팎까지 끌어올려 단일화 협상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鄭 "서둘 것 없다..파이 키워야" = 선두주자인 정 후보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히면서 단일화 논의의 속도는 가급적 늦추려는 전략이다. 자체 지지율이 25∼30%까지 오르면 그때 가서 문 후보와 이 후보를 상대로 단일화 협상을 확실히 주도해나가겠다는 계산이지만 그와 동시에 범여권의 '파이'(전체 지지율)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정 후보는 물론 문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상승해 이명박 후보를 넘어서는 수준이돼야 '의미있는' 단일화 논의가 가능하다는 상황인식이다.

정 후보는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다른 후보에 대한 얘기보다는 내 스스로 비전과 포부를 얘기하고 싶다"고 직접적 답변을 피한 채 "대통합, 후보통합, 후보단일화는 국민 중심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의사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이미 후보통합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5년전 후보단일화도 후보등록 하루 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11월 중.후반께 형성되는 지지율 추이가 후보 단일화 논의의 최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11월 중반까지 25% 이상 30%에 근접할 경우 정 후보가 사실상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지만 만일 10% 중.후반에서 고착화되고 문 후보의지지율이 10%를 넘어설 경우 협상 자체가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1월말까지 범여권 전체 지지율이 낮게 나올 경우 문 후보가 내년 총선을 노리고 독자노선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자 3인의 이념적.지역적 기반이 서로 이질적이라는 점도 단일화 협상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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