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더불어 한여름 밤을 설치게 하는 가장 큰 불청객은 모기이다. 모기의 왱 하는 소리만 귓가에 들려도 정신이 번쩍 나고 잠이 달아난다. 더구나 모기 중에는 말라리아와 뇌염, 뎅기열과 같이 걸리면 위험한 질병을 옮기는 것도 있다. 이런 병들의 특징은 치료약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기를 없애기 위해 늪을 메우거나 습지에 석유를 뿌리고 심지어 폭탄까지 동원하였다. 그리고 이 방법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어서 1930년에 무솔리니는 로마가 역사상 최초로 말라리아가 없는 지역이 되었다고 선포하기도 하였다.

그 후 아주 적은 양을 뿌려도 1년이 지난 뒤 그 곳에 붙은 모기가 죽을 정도로 효과적인 DDT가 발명되면서 무력 보다는 신약 개발로 모기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DDT로 인해 인류가 모기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말라리아의 박멸을 선포하였다. 하지만 DDT가 물고기, 새, 사람 등의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물질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더구나 DDT에 저향력을 가진 모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전세계의 모기를 박멸하겠다는 야심찬 WHO의 선포는 물거품이 되었다.

최근 유전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문제를 해결해 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에빙턴에 있는 옥시텍이라는 회사에서는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 유충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그 모기가 생존하려면 반드시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항생물질이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이 항생제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조작된 모기는 살 수 없다. 유전자를 조작한 숫모기를 자연에 방사해서 정상적인 암모기와 교미하면 그 자손은 아빠 모기의 유전자를 받기 때문에 모기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유전자 조작 모기로 인해 모기 수가 85% 이상 감소하였다고 한다. 사람들 중에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숫모기는 사람을 물지 않으며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항생물질도 사람에게 무해하다고 옥시텍은 반박한다. 더구나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는 밤에 활동하지 않고 낮에 활동하기 때문에 모기장과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고 해마다 5천만 명 이상이 감염된다고 한다. 그러니 현재로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말라리아의 경우에도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유전자 조작 모기의 생존 능력이 정상 모기보다 떨어져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DDT를 대체할 다른 살충제를 찾으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개발한 살충제로 모기를 박멸하는 것은 너무 큰 비용이 들어서 돈 많은 부자 나라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 주는 헬리콥터와 트럭을 동원하여 일 년 내내 살충제를 살포하는데, 무려 3억 달러를 지출한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현재는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말라리아 예방법이 알려지면서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위해 모기장을 무료로 배포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말라리아가 처음엔 줄어들다가 다시 창궐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모기장의 무료 배포로 인해 모기장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망했기 때문이다. 모기장의 사용 기간은 몇 년 안 되기 때문에 새 모기장이 필요하지만, 일회성 무료 배포 때문에 지역 경제가 무너진 것이다. 우리가 도움을 줄 때 그 지역 경제를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형태의 도움을 제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교훈을 준 것이다.



/백성혜(한국교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