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주말이면 회원들은 테니스장으로 모인다. 어느 회원은 직접 지은 농사라며 참외, 대추방울토마토를 내놓고, 뻥튀기, 과자류, 미숫가루를 가져오는 회원, 다른 회원은 옥수수와 송편을 준비해 와 운동하는 것만큼 이나 즐거움을 준다. 종종 만나는 사이지만 풋풋함이 정겹다. 매월 한 번씩 갖는 테니스대회는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코트 장에 들어서 시합을 하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테니스 치는 동호인들의 갖가지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소리치고, 뛰다보면 어린애처럼 마냥 즐겁다. 휘두르는 라켓이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고 탄력을 받아 나아가는 노란공은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린다. 적절하고도 강한 스매싱, 뛰어가도 받지 못하는 로빙, 상대편 동작 역방향의 강한 스트록, 상대방이 엔드라인 부근에 있을 때 네트 밑에 놓는 소트, 받기 어려운 볼을 멋지게 쳤을 때의 묘미는 가희 희열을 자아낸다. 이처럼 테니스는 다이나믹하고 운동량이 많다.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폭발시키듯 서브를 넣고 대시 발리 스매쉬로 득점을 하면서 경기하는 모습은 인체의 유연하고 다이나믹미가 묘출되는 한 폭의 예술이다. 테니스를 하면서 땀을 흘리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간혹 전쟁터의 전우애를 느끼기도 한다. 파트너가 잘했을 때 칭찬해 주고 실수 했을 때 책망보다는 이해와 격려로 감싸준다. 마치 인생을 배우는 듯하다. 땀 흘린 후 동호인들과 함께 나누는 해장국, 이에 곁들인 막걸리의 진미는 어디에 비길 데 없는 청량음료다.

한날 우리 일행은 의기투합하여 모처럼 산성 동문 쪽에 위치한 원두막으로 향했다. 소문으로 듣던 그곳엔 매실나무와 꽃들로 조화를 이루고 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발을 담그며, 휴식을 즐기는 지나는 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연못에는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으며 고고하게 핀다는 연꽃이 드문드문 수줍어하는 새색시처럼 청초하다. 마침 현장학습을 하고 있는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자연과 어우러진다.

원두막에 오르니 서적도 있고 냉장고며 웬만한 생필품이 가지런히 구비되어 있었다. 원두막 한 편에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銀行亭'이라 쓰여 있고 그 밑에는 "2011년 12월말로 30여년 은행원 생활을 마감하고 이 곳 작은 원두막을 "은행정"이라 이름 짓고,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마다 조금이나마 자연의 숨결을 느끼시고 그 느낌이 싫지 않아 다시 한 번 찾아 주신다면 더 할 바람이 없겠습니다." '새 출발하는 이 김 기대 올림'이라고 쓰여 있다. 또 한 편에는 구급약품 함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곳에 놀러 오셨다가 다치신 분은 간단히 응급 처치하실 수 있습니다." '은행인 관리인'이라 적혀 있었다. 평생 근무했던 직장에 감사하며 제2의 삶을 이웃과 사회에 바치려는 그의 아름다운 인간미가 감동으로 묻어난다.

나는 교육청에서 봉직을 하며 은혜를 받았으니 보은하는 마음을 담아 아담한 정자를 지어 '敎育廳亭'(교육청정)이라 이름 붙이고 지인들과 이웃을 맞이해야 하겠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열대야에 정치권마저 짜증나게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선량들이 있어 행복하다.

더더욱 런던에서 날아드는 우리 건아들의 올림픽 승전보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더해 준다.



/정관영 공학박사. 충청대학 겸임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