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文李지지율 합쳐 40% 넘겨야 희망적

'어게인(again) 2002.'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대선 승리를 다짐할 때 쓰는 구호중의 하나다. 여기에는 막판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에 극적으로 역전승했던 지난 2002년 대선의 영광을 재연하자는 범여권의 '염원'이 담겨 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범여권은 후보 단일화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5년 전에는 그래도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선출 직후 여론 지지율 1위로 치고 올라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가 줄곧 50%를 넘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범여권 후보는 다 합쳐봤자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5년 전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당과 민주당 후보 경선이 끝나면 '물밑 협상'이라도 펼쳐질 것으로 보였던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두 당 후보가 선출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아예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처럼 범여권 후보 단일화 작업에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신당 정동영(鄭東泳),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文國現) 후보의 여론 지지율이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여론 지지율은 현재 16∼20%, 문 후보는 6∼8%, 이 후보는 3∼5%대로,세 후보를 모두 합쳐도 최대 30%대 중반에 불과한 만큼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에게 대적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단일화로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지만 "합쳐도 안되는 데 뭐하러 합치느냐"는 목소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또 정 후보의 지지율이 세 후보 가운데는 월등히 높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단일화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지율이 고만고만해야 협상이 가능할텐데 정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협상테이블 자체가 차려지기 어려운 형국인 셈이다.

여기에다 최근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당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며 정 후보에게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단일화 작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어느 후보가 멀리 앞서 나가면 그 후보로 쉽게 단일화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나머지 후보들이 '질 게 뻔한' 단일화에 응하지 않게 된다는 것. 뒤떨어진 후보들이섣불리 단일화에 호응했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흡수돼버리는 낭패를 당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 후보에 비해 대선 준비기간이 짧은 이, 문 후보로서는 자신을 알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단일화 협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 작업이 활기를 띠려면 세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40%대에 달해 단일화를 통해 이명박 후보를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범여권 지지세력의 단일화 압박이 이에 응하지 않는 후보의 정치적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커져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후보 등록(11월 25∼26일)이 한달도 남지 않은 만큼 단일후보만이 범여권 후보로 등록하는 정상적인 의미의 단일화를 하는 데는 시간상 물리적으로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후보 단일화 협상이 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다고 해도 단일화 수단과 연대 방식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노무현.정몽준(鄭夢準) 후보단일화 때도 이 문제를 놓고 양측간수많은 공식.비공식 협상이 진행됐고 도중에 협상이 깨질 뻔한 위기가 여러 차례 발생하는 등 곡절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후보등록 직전에야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이 경우 세 후보가 당적은 그대로 둔 채 대선을 위해 일시 연대하는 이른바 '선거연합'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아예 3당이 합치는 '세력 통합'이단일화의 시너지를 내는 데는 더욱 효과적이겠지만 각당의 지분 문제나 이념.정책 조율 등 복잡한 사안이 뒤따를 수 있어 시간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후보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金鍾泌) 후보의 단일화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모두 이 같은 선거연합 방식이었다.

선거연합 방식의 경우는 대선후보 등록 마감 이후에도 단일화가 가능하다. 두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나머지 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선거법상 단일화된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문제에 있어 다소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계속되고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아 단일화의 효과가 미약하다고 판단할 때는 세 후보 모두 대선후보로 등록해 각개약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범여권 후보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이중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후보 모두 대선과정에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한 뒤 총선을 통해 범여권의 '맹주' 자리를 노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통합 문제는내년 총선을 전후해 다시 범여권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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