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은 대선 정국의 중대 '뇌관' 중 하나다.

범여권은 대선까지 남은 50일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단독 질주에 제동을 걸수 있는 몇 안되는 핵심 소재로 이 사안을 꼽고 있다. 이 후보측 역시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대선전 귀국이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씨의 귀국 후 발언과 이에 따른 파장은 대선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이다.

◇김경준 귀국 언제쯤 = 김씨의 귀국 시기가 언제가 될지 여부는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la 현지에서는 내달 27∼28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이번 사건이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경우, 더 빨라질 수도, 아니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전 송환도, 대선 후 송환도 모두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 국무부가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심을 할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늦출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남겨 놓고 김씨가 귀국하게 되면 국민의 눈과 귀는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대선후보 등록마감일(26일)과 맞물려 있다.

◇한국 검찰 수사의지 = 이 후보측과 범여권 모두 한국 검찰이 지난 2004년 이 사건 수사를 상당부분 마무리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인사는 "당시 주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난데다, 금융실명제 이후여서 관련 계좌 추적도 상당부분 이뤄진 상태"라면서 "당시 수사검사로부터 횡령 액수를 특정짓는 것만 남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대선 전인 12월 초쯤에 김씨의 구속을 통해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까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급피치를 올리는 것도, 그렇다고 이를 대선 이후로 넘기는 것도 모두 어려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국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미사법공조를 통해 범인을 인도해온 입장에서 수사를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파장 = 무엇보다 bbk의 파괴력은 김경준씨가 쏟아낼 증언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어떤 새로운 팩트가 나올지, 또 그 주장의 신빙성과 객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이미 김씨는 지난 8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bbk 투자유치는 모두 이 후보가 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증거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씨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또 그 말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를 내 놓을지가 관건"이라면서 "이 후보와의 '이면계약서'를 폭로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역시 그 내용이 이 후보쪽에 유리할지, 불리할지 여부를 떠나 엄청난 파장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 소환 여부를 둘러싼 언론 보도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후보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이 후보에 대한 온갖 네거티브가 허위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었음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사건의 진실과 관계 없이 이 후보의 과거 행적에 대한 얘기들이 세간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 후보에겐 그리 녹록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는 이 후보측도 동의한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미 경선 때 다 나왔던 것으로 새삼스런일은 아니지만, 사건이 자꾸 굴러가면서 일부 지지가 빠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그러나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tns 코리아의 이상일 이사는 "김경준씨가 그동안 이 후보가 한 말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것을 내놓느냐 아니냐에 따라 파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내놓는 증거나 주장이 그동안 나온 정도의 수준이라면 '공방' 수준으로 정국은 흘러가며 이 후보에게 타격은 별로 주지 못할 것이겠지만, 믿을 만한 새로운의혹을 제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이사는 "50일이라는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최근의 선거에서는 여론이 아주 급속히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짧지 만도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실장은 "결국은 흔들리는 이 후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대선 구도를 범여가 만들어주느냐 여부에 따라 bbk가 대선에 미칠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 지지층이 동요하더라도 대안이 있으면 원심력으로 이탈할 수 있지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고민을 하다가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소극적인 이 후보 지지층으로 머물 가능성이 많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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