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심했던 폭염도 입추가 지나니 열대야도 물러나고, 런던에서 펼쳐지는 태극전사들의 장한 모습을 보느라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았어도 8월 13일.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폐막을 하니 좀 아쉽다.

특히 지난 11일 새벽에 일어나려고 전날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채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뜰 정도로 올림픽 축구 3~4위전은 어느 경기보다도 막중했다.

조별 경기를 거쳐 8강전에서 주최국 영국과의 경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부차기까지 가서 이겼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비록 4강전에서 강호 브라질에게 패하긴 했지만,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았다.

일제(日帝)의 암울한 질곡(桎梏)에서 벗어난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있는 뜻 깊은 때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여 우리 땅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한 직후이며, 지난 해 삿보르에서 한·일전을 할 때 당한 0대3 패배를 확실히 설욕해야 하고, 올림픽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서 선수들에게 훈장보다도 값진 병역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경기하는 내내 우리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이 돋보였다. 전반에 박주영 선수가 환상적인 개인기로 일본 수비수 4명의 강한 저지를 돌파하며 골을 성공시켰을 때의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감동적이고, 세계적인 선수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홍명보 감독과 모든 선수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며 준비하였지만, 특히 박주영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국 소속팀 아스널에서 주로 벤치를 지키는 슬픔과 수모에 혼자 울어야 했고, 병역문제 때문에 심한 고통과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홍 감독은 절망에 빠진 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발탁해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많은 사람들의 만류와 좋지 않은 여론을 감안하면 실로 내리기 어려운 영단(英斷)이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팀 전체에 탁월한 기여를 하고 통쾌한 골을 성공시켜 그동안의 설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을 깊이 신뢰한 홍 감독에게 보은을 한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난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누군가 따뜻한 가슴으로 손을 잡아준다면 용기백배하여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의 댓글 같은 것도 잘한 것은 진솔하게 칭찬하고 지적할 것은 진심으로 정중하게 충고해주는 사회풍토가 되어야 한다.

후반전에도 주장 구자철 선수의 멋진 추가골로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일본을 2대0으로 후련하게 이기고 감격의 올림픽 첫 동메달을 획득한 것은 온 국민에게 희망과 긍지를 심어준 위업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금 13, 은 8, 동 7개의 메달을 차지하여 목표로 했던 '10-10'을 훨씬 초과하여 종합 5위의 기적같은 금자탑을 쌓은 모든 선수와 지도자들도 훌륭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은 되새겨 볼수록 훌륭하고 감동적이다.

제자들을 적극 신뢰하고 화합할 수 있게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발전하도록 하는 동기부여를 하는 리더십을 교육현장에서도 적극 접목한다면 학력신장, 인성지도, 진로지도, 학교폭력 예방지도 등 모든 교육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김진웅 경덕초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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