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스타일'이라는 뮤직비디오가 화제이다. 이 비디오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싸이가 공개 한 달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0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해서 미국의 CNN, LA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 M6 TV 등 해외 유력 언론으로 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월드뉴스 1면에 싸이를 소개했다. 이는 오늘날 한류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지난 40년 동안 아시아는 약 10년을 주기로 특정국가가 문화적인 유행을 주도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1980년대는 홍콩영화를 중심으로 한 '항류'가 있었고 1990년대 일본의 TV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을 중심으로 한 '일류'가 있었으며,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의 '한류'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대만드라마나 중국관련 드라마를 중심으로 '화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한류의 역사를 짚어보면 한류의 태동기인 1980년대는 중국내에서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친구여', '손에 손잡고'등의 대중가요가 유행하였다. 1997년에 CCTV에 방영된 '사랑이 뭐 길래'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2000년대 초까지에 해당하는 한류 1기가 시작되었다. 이때는 중국, 대만, 베트남에 TV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였다. 2000년 초부터 2000년대 중반으로 이어지며 한류를 심화시킨 한류 2기에는 일본, 동남아시아로 확대되었다. 2000년 초에 HOT가 베이징에서 콘서트를 가진 것이 중국 전역에 한류열풍이 심화되는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에서는 '겨울연가'가 NHK를 통해 방영되면서부터 일본 전역에서 '욘사마'열풍이 발생했다. 이시기에 대중음악 쪽에서도 가수 보아가 일본가요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일본인들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싱가포르, 태국, 몽골, 러시아, 인도, 이집트 등지로도 '대장금', '가을동화' 등의 드라마가 진출하면서 한류의 세계적 확산이 가속화 되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의 존재를 다시 전 세계에 알리며 한류를 확산 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로 이어지는 한류 3기에는 중앙아시아, 터키, 아프리카, 미국,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중남미지역까지로 확장되었으며 주요 분야도 드라마 뿐 아니라 음악, 영화, 한식, 게임 등으로 다양해졌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20세기초반의 근대에는 중국 및 일본 등 열강의 문화에 오랫동안 짓눌려 왔으며 60~70년대에는 군사문화 속에서 억눌려 왔다.

위축되었던 한국의 대중문화는 80년대에 와서야 민주화 운동 및 90년대 진보적 문화운동 그리고 21세기 들어서 물질적 풍요 및 사회 경제적 여건의 비약적 개선과 민주화로 인해 정부의 엄격한 검열에서 벗어나 점차 표현과 상상력의 자유를 얻게 되었고 창의적인 인재들과 대기업의 자본 및 기술이 대중문화 영역으로 계속 유입됨에 따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한류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주변국들의 상황변화에도 기인한다. 본능적으로 일본문화에 반감이 있었던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드라마나 가요 쇼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중국인들에게는 장차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모델로 비추어졌다. 도시적 비주얼들과 유교성향이 짙은 도덕성 및 효와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 전통문화의 결합은 중국인들은 물론 동아시아인들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그들은 우리문화 자체에 열광하기 보다는 한류 속에서 엿보이는 서구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서구문화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

본래 문화는 생겨났다가 유지되거나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류를 보다 더 오래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외국의 문화내용들이 적절하게 섞인 한국형 다문화주의가 필요하며 우리 스스로가 우리만의 문화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에서 한류를 즐기는 외국인들과 국내의 자국민들이 서로를 한류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고 느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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