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는 정치적 격변기에도 독립적이고 중립적 위치에서 인도주의 수행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한적 홈페이지 소개 첫 화면에 써있는 글이다.

1905년 ‘널리 구제하고 골고루 사랑하라’는 교지아래 고종 칙령으로 출범한 한적은 100년이 지나도록 대표적인 봉사단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노란조끼에 빨간 십자가로 상징되는 이 단체의 눈부신 활동은 재난이 닥쳤을 때 더욱 빛을 발했고존재감은 그래서 더 더욱 공고해 졌다. 아직도 그때의 감격이 뭉클한 1983년 여름 이산가족찾기는 한적의 대표적 공익사업으로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일’만 하는 한적이 충북에서는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닌 ‘자리 다툼’으로 말이다. 명예직으로 봉사를 기치로 내세우는 이 단체의 지사회장 선출을 놓고 야기 된파장이 수그러 들기는 커녕, 본질을 벗어나정치색이 덧씌워지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적십자 회장 선출갈등 변질


이전까지 별탈없이 이어오던 명예회장의 추천과 인준 과정이 하루 아침에 상임위원들의 ‘반란’으로 경선 투표를 치르고 그 결과 의외의 인물이 선출되는 바람에 격랑이 일기 시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의 후폭풍이 갈수록 위세를 더해 이제 도와 충북적십자의 갈등에서 전·현직 지사간의 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전직인 정우택 국회의원은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날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며 특정정당 관련 인물이 회장을 한다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예상외 고강도 일격을 이지사에게 날렸다.

한 시간여 뒤 이 지사는 이 사안과 관련, 기다렸다는 듯이 불편한 심기를 쏟아냈다.요약하면 지사가 아닌 명예회장으로 추천한 것이고 그것도 적십자측에서 해달라고 했으며, 그에따른 자체 인준도 지난 6월 끝나 상임위는 요식행위 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인데 경선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십자사는 정치적 단체나 시정잡배들의 모임이 아닌 순수 봉사단체’라든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라든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반발을 불러올 상당히 민감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만큼 60여년의 관행이 자기 임기때 무너지는 악례(惡例)의 주인공이 될수 없으며 자존심의 상처가 크다는 반증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여기서 적지않은 사람들이 이런 시기에 정우택 전 지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아무리 기자들로부터질문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건 내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든가 ‘조속히 수습돼 지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 ’든지의 모범답변(?)만 하면 되지굳이 불난집을 쑤석거리느냐는 것이다. 사실 정의원도 지사 시절 도정인수위원장을 지낸 인사를 적십자회장에 추천해 연임도 한 전력(?)이 있는 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자유로운 입장도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엄연하다.그때와 지금은 경선 투표라는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출발선은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지사의 거수기가 아니다’라며 이지사 복심을 거부한 상임위원 상당수가 정 전지사 시절 인연을 맺었다는 점도 실상과는 다를지언정 얼마든지 이지사의 시각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도의 주장에 대해 선‘출 절차상 하자가 없고 공정하게 치러졌음’을 굽히지 않는 대다수 상임위원들의 반발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재 결단 늦을수록상처 커져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가?. 우선 적십자 본연의 위상에 부합하도록 관련자들 모두 정치색을 일단 걷어내야 한다. ‘관행’의 존속이냐, 진일보한‘ 민주화 경선’이냐의 상충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봉사단체의 가치 발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진영논리로 비화하지 말고 인준권을 가진 대한적십자사에게 결정을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그에 맞는 후속 대책과 수습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지 예단을 가질 필요도 없다.

적십자조직법 8조1항에는‘ 적십자사는 국가 및 지자체에 대해 회비 모금을 위해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한적 유중근총재는혹시 충북도의 ‘비협조’우려로 좌고우면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적은 만신창이가 되가고 있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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