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 달이 다 돼가는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가 '불편한 진실'을 안고 있다. 그 안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도 이 때문에 신바람이 덜 나고, 지역민들도 출범의 의미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불편한 진실'은 겉은 광역자치단체이면서도 아직 실속은 광역자치단체 같지 않은, 무늬만 광역자치단체에 있다. 전국 17번째 광역자치단체라고하지만 그 명성에 맞게 때깔이 나지않는다.

이런 불편한 속내는 소속 공무원들이 하는 일과 재정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종시는 좀 특별한 행정 구조를 갖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이면서도 기초자치단체 기능을 함께 해야하는 단층적 체계다.

광역자치단체면 산하에 기초자치단체가 있어야하는데 세종시는 이게 없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모델이다.


- 무늬만 광역자치단체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무원 스스로 광역자치단체 행정을 하는 건지, 기초자치단체 행정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한다. 사회복지 업무를 예로들면 복지 수급 대상자로 선정된 주민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현장을 살피는 게 기초자치단체 업무라면 규정과 지침에 따라 대상자가 제대로 선정됐는지, 보조금 집행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관리·감독하는 건 광역자치단체 업무다.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 공무원은 당연히 후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섞여있는 단층 구조다보니 후자도 하고, 전자도 수행해야 한다. 공직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재정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세종시가 출범한 올 7월부터 연말까지 예산(추경예산 제외)은 2692억 원. 비록 6개월 살림살이 할 돈이지만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물론 아직 세종시의 인구가 정착되지 않았고 면적 역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적은 걸 감안하면 단순 비교 자체가 무리일 수 있지만 취약한 재정은 광역자치단체의 위상에 걸맞는 행정 서비스로 연결되기 들다.


- 위상에 맞는 제도적 뒷받침


이런 문제가 제기되다보니 올 들어 5월, 7월, 8월 연속 있은 세종시 중장기적 발전 방안, 상생발전 대책에 관한 공청·토론회에서도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한마디로 재정 확보가 취약하다보니 광역자치단체로서 기반이 열악해지고, 이는 자연히 광역 행정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래서 부족한 재정 수요를 보통교부세로 충당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받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고 향후 도시 성장에 따른 재원 마련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 경제자유구역이나 기업도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인센티브(우대)가 세종시에는 없다는 것도 힘이 빠지는 부분이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짚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총 사업비 22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세종시 건설에 대학과 의료,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같은 지원책이 부족하다"며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정력 확보는 세종시 출범 이후 가장 큰 어젠다(과제, 주제)가 됐다. 정부에도 형식적인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실질적인 광역자치단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에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충청권 국회의원을 초청,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지며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세종시가 '무늬만 내 옷'이 아닌 '내 몸에 맞는 옷'을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갈아입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광호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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