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힘겨루기' 격화

내년 4월부터 은행 창구를 통해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의 시행을 놓고 은행과 보험업계간 '힘겨루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남궁훈 생명보험협회장과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은 30일 손보협회 7층 연수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4단계 방카슈랑스를 즉각 철회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특히 이날 회견에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동부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aig손해보험, 제일화재 등 주요 보험사 사장단이 대거 배석함으로써 보험업계의 '결의'를 다지는 모양새를 갖췄다.

보험업계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을통해 "방카슈랑스 제도는 애초 소비자, 보험사, 은행 모두에 이익이 되는 '트리플-윈'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오로지 은행 일방만을 위한 제도로 변질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카슈랑스 확대는 금융산업간 불균형 심화, 보험소비자의 피해 증대, 보험 모집조직의 와해 등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보험산업 전체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며 4단계 방카슈랑스를 백지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보험업계는 또 "국내 은행들은 세계 초일류 은행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국내 타 금융업권의 영역으로 업무를 넓혀 수수료 수익 확대만을 고려하는 '정중지와'(井中之蛙.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은행권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내달 2일 여의도에서 보험판매 조직이 대거 참석하는 집회를 열어 방카슈랑스 철회를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보험업계의 방카슈랑스 철회 요구에 대해 은행권도 대응 강도를 높이고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생.손보협회의 기자회견 직후 반박자료를 통해 "보험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트리플-원'이 달성되고 있다"며 "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우려의 시나리오를 가상할 수 있지만감독법규의 제도적 보완과 감독당국의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감독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는 이어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이 철회된다면 보험소비자가 누릴 수있는 보험료 인하 혜택을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는 앞서 지난 18일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험업계의 주장을 반박하며 4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은행업계를 대변하는 금융연구원은 지난 28일 '방카슈랑스와 보험사 경쟁력'이란 보고서를 통해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은 보험사의 수익성과 경쟁력개선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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