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섭씨 30도를 넘는 푹푹 찌는 폭염의 날씨와 잦은 비, 군국주의 망상에 휩싸여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거침없이 망언들을 쏟아내는 일본인들, 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범죄와 사이버 테러로 인하여 극단적인 자살로 내딛게 만드는 일 등등... ... 분명하게도 올 여름은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한 일들로 다사다난 했던 것 같다. 냄새로 따지자면 향기롭거나 구수하기 보다는 도저히 정화될 수 없이 영원히 남게 될 것 같은 캐캐묵은 썩은 냄새로 말이다.

여기에서 '향기롭다'또는 '구수하다'라는 말들이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라면 과연 이들은 '썩었다'와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음식들 중에는 술이나 된장처럼 곡물이 썩어서 된 것들이 많다. 그것도 하루 이틀 동안의 짧은 시간에 부패된 것이 아니라 오랜 인고의 시간을 두고 썩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오랜 시간을 두고 썩은 곡물 내용에서 향기로움과 구수함을 느낀다. 썩었다는 말이 가지는 의미에서 약간은 거부감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곡물의 발효와 썩음이 우리의 몸에 이로운 영양소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냄새가 향기롭고 구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는 해마다 이어지는 기상이변과 그것으로 파생되는 심각한 환경문제들뿐만 아니라 왜곡된 역사의식과 인명존중의 상실감이 즐비하게 발생한다. 사실상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의 주도면밀할 정도로 꾸준하고 세심한 노력과 의지로 해결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모든 일들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이 시작과 끝은 시간의 흐름이자 연속이기 때문이다. 각종 매스컴을 통하여 발생된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일시적인 감정을 내세워 처벌 수위를 앞세우고 운운하며 흥분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여 재발의 근원을 없애야만 캐캐묵은 썩은 냄새를 없앨 수 있다. 비록 향기로움이나 구수함일 없을지라도 최소한 정화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

가끔씩 학생들이 찾아와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 온다. 왜 그렇게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안타깝다. 답은 간단한데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편화 되어있는 와인과 막걸리의 맛을 일례로 든다. 와인 애호가들이 입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 그 술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있어서라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술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향로를 섞는다고 하면은 구수하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술이 되기 위한 여러 과정이 없이 일시적인 맛을 내기 위하여 술이 빚어졌다면 향료의 냄새가 증발해 버리고 난 후에는 그 와인을 술로써의 역할은 상실하고 단지 일상적인 물로써만 남게 된다. 반면에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는 발효와 부패들의 과정들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물로써 은은한 향기와 구수함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우리 주변의 일상사들도 그렇겠지만, 학문이란 특별하게도 여러 과정과 시간을 가다듬고 닦아서 무루 익혀져야 되는 것이다. 학문이야 말로 이것저것 섞이고 썩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 가라앉은 앙금에서 결과를 추출할 수 있는 향기롭고 구수한 맛이 나는 함수관계의 냄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문의 향기란 하루아침에 물에다 섞어 마구 저어대는 향료의 향기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며 인고의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는 냄새임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박기태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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