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을 신속쾌적하게 이동시킬 목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도로가 자동차전용 고속도로다. 오늘날 고속도로는 국토의 동맥같은 구조물로서 우리 주변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국민소득의 눈부신 향상과 자동차산업 발달은 자동차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주말이나 명절에는 전국 고속도로가 동맥경화로 몸살을 일으킬 지경이다. 우리나라에는 40여 개 고속도로가 개통됐고 지속적으로 신설되거나 확장 중이다.

스피드를 경쟁력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고속도로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다. 일반도로에서 빈번히 만나는 교차로 신호대기나 횡단보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자전거, 무단횡단자 등에서 자유로워 앞만 보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지 않거나, 차량과 도로 구조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난폭 운전을 하면 대형사고를 일으켜 물적 손실뿐만 아니라 귀중한 생명까지 잃어버릴 수 있기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고속도로 운전이기도 하다.

공사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빈번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인데 주행 중에 목격하거나 경험을 통해 느끼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손쉽게 지적할 수 있는 사례가 주행방법의 문제다. 편도 2차선 고속도로에서 많은 차량들이 추월로를 주행로로 간주(?)하고 주행한다. 그리고 추월이 필요할 때는 주행로로 내려가서 추월하고 주행로에서 추월이 끝나면 다시 추월로로 올라와 주행을 계속한다. 이는 내가 배운 도로교통법에 완전히 상치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운전 실력을 뽐내는 사람이나 자기 차량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사람, 영업용 택시 등 한 두 대의 돌출행동으로 치부됐지만 화물차, 승용차의 차선 구분이 없어지면서 요즘은 차종에 관계없이 이런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행로에 차량이 별로 없는데도 많은 차량들이 태연히 추월로를 주행로로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행차량 증가에 따른 추월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편도2차선에서 주행로로 주행하다 보면 금세 대형화물차나 저속 차량을 만나고 그때마다 깜빡이를 켜고 추월을 감행해야 하는데, 장거리운행에 수도 없이 이런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마다 바쁜 이유를 갖고 있으며 모두가 빨리빨리 가고 싶어한다. 너나없이 양보운전에 인색한 편이며, 추월을 쉽게 당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초보운전자나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가 추월이 끝난 후 주행로로 내려가는 것을 꺼려해서 조금만 숙달되면 계속 추월로 주행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이들은 추월로를 천천히 주행하면서 차간거리를 길게 유지하기 때문에 일반차량의 원활한 추월을 힘들게 하고, 전체 차량 흐름을 나쁘게 하기도 한다.

다음 문제는 차간거리 미확보다. 규정속도 운행 시 100m 이상 차간거리를 권유하고 있지만, 앞 차 꽁무니를 물고 운전하는 곡예운전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 차량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 사고유발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사실을 본인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외국인이 고속도로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한 차량을 발견했다. 아마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모양이라 여기며 휴게소에 들렀는데 그 과속운전자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고속도로는 그 나라 경제와 기술, 그리고 자동차가 보편화된 현대문화와 국민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가늠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고속도로에서 기본법규 준수와 양보운전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야 할 때가 아닐까?



/김언현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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