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포기, 출마강행, 선언후 등록포기..."昌은 변수일 뿐 朴이 상수"

역시 대선은 대선이다.

▲ 31일 오후 민주연대21 소속회원들이 서울 남대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무실 앞에서 이 전 총재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사무실 진입을 저지하는 이 전 총재의 지지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단독질주 속에 싱겁게 막을 내리는가 했던 이번 선거에'昌(이회창 전 총재) 변수'가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자들이나 각 진영 참모들이야 애가 타겠지만, 관전자에겐 흥미진진한 대선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총재는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여론 지지율이 14-15%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바짝 뒤쫓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출마한다 해서 당장 '판세'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1년여 동안 고착돼온 '이명박 독주체제'의 '판'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 변수라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특히 '창 변수'의 막후에 존재하는 '박근혜 상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경선 승복을 선언했지만, 이명박 후보에 대해 아직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선택 여하에 따라 이 전 총재의 행보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 움직임은 시위용" = 찻잔속의 태풍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다. 결국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하면서 '좌파정권 종식을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 표명 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후보측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와 그 주변인사들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누구보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용'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의 기저에는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해 보수세력이 분열되면 정권교체의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한나라당과 보수층의 강한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 이 후보측이나 당내에서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개적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그의 출마가 구체화 될 경우, 융탄폭격을 퍼부을 태세다.

더욱이 이 후보가 서빙고동 자택에 칩거하면서 세 조직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혼자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시위용'일 뿐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이미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총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국의 초점이 돼 있고, 그의 대변인격인 이흥주 특보가 언론을 향해 사실상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이나, 여론조사에서 어엿이 후보 중 한명으로 지지율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등은 이미 그의 대선행보가 시작됐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달 2일 출마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출마 강행' =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한 후보론'이다.

투자자문사 bbk 사건이 이번 대선의 '태풍의 눈'이라는 데는 신당쪽이나, 심지어 이 후보측도 인정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거나, 이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될 경우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총재 출마설의 핵심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상목 전 의원이 "보수진영도 선거기간 비정상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후보의 신변보호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것은 '신변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긴 하지만, 후보 등록 이후 '대안 부재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 국무부가 31일 bbk 대표 김경준씨에 대해 송환 승인을 결정하면서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강행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부분 빠질 수 밖에 없고,여기에 bbk 관련 의혹까지 겹칠 경우 이 후보에겐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박 전 대표의 입장이다. '불안한 후보론'이 증폭 확산되면서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조성될 경우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재오 최고위원 등의 행태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경선 직후 백의종군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국민 절대 다수가 이 후보의 사퇴를 말하거나 (이 후보가)사법처리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전 총재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측근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속에는 박 전 대표 열렬 지지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작금의 상황은 이회창의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출마선언 불구, 등록은 못할 것" = 내친 걸음을 쉽게 멈추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다.

이 전 총재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이미 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출마선언을 한다면 이후 여론의 추이가 최대 관건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아쉬운 패배에 대한 동정 여론과, 보수층 일각의 '이명박 후보는 안된다'는 '반 이명박' 정서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은 '출마해야한다'는 여론의 2-3배를 웃돌고 있다.

특히 '세력'이 없는 이 전 총재로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박 전 대표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 후보 중심의 정권교체'를 역설하고 나설경우, 이 전 총재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 전 총재가 여론의 질타속에 버거운 행보를 벌이다가 내달 25-27일 후보 등록 시점을 전후해서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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