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내주 '적극적 입장표명' 관측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을 둘러싼 논란이 갈 수록 증폭되고 있다.

당사자인 이 전 총재는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당 주변에서는 그가 내주 중 입장 표명을 할 것이며 결국은 이 자리에서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다닐 정도로 상황은 결말을 예단하기 어려운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 총재는 31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서빙고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물론 전날도 오찬을 위해 외부에 잠시 나갔다 온 것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렀지만,이날은 잡혀있던 오찬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표 경선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과의 면담 일정도 연기했다.

이를 놓고 이 전 총재가 최종 결심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

이 전 총재가 그 동안 각계 원로급 인사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청취해 온 데다, 입장 표명을 계속 미루기에는 당 안팎의 반발만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흥주 특보는 기자들과 만나 "결단의 내용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결심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 중"이라면서도 "이제는 거의 혼자 고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한 인사는 "이 전 총재가 조만간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 파다하다"며 "이 전 총재가 이를 위해 최근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 전 총재가 최근 몇 몇 분들한테 전화를 걸어 '지식인 100인 선언'과 같은 형식으로 출마 촉구를 부탁한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본인이 (출마하려는) 강력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전 총재가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가 예상보다 높은 여론 지지율을 보이는 것이 결단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이날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총재는 15.8% 지지율로 한나라당 이명박(45.3%),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17.5%)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를 사랑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은 감사드린다"면서 "이 전 총재는 대한민국을 위해 고심하는 것인 만큼 지지도가 높다, 낮다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고 그런 것에 대해 반응하는 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작전세력이 들어오면서 그 정도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라며 "어차피 처음에는 지지율이 좀 있겠지만 그 이상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편 대선 출마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한나라당 안팎의 반발 강도도 커져가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계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연대 21' 소속 박종웅 전 의원 등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중구 남대문로의 이 전 총재 사무실을 방문해 대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이들은 '창사랑' 등 이 전 총재 팬클럽 회원들에 의해 사무실 출입을 저지당하자 '제2의 이인제가 되려하느냐', '좌파정권 종식은 우파가 해야 한다' 등의 설전을주고 받으며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와 관련,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의 결단이 당에 도움이 될 지, 해가 될 지를 보고 얘기해야지, 이 전 총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보도만 보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 전 총재는 자기의 생각, 고심과는 거리가 있는 말들을 하니까 참 세상이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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