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 앞두고 송환 '주목'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와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돼 있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한국 송환을 미국 국무부가승인한 것으로 31일 확인되면서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내달 27∼28일쯤으로 예상되던 김씨의 송환 시기가 열흘 이상 빨라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김씨의 송환 날짜를 향후 2주 전후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역산하면 앞으로 2주 뒤인 다음달 14일을 전후해 귀국할 수 있다는 얘기?된다. 이는 대선일(12.19)을 1개월 이상 앞둔 시점이다.

김씨의 송환이 빨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김씨 귀국 이후 벌어질 상황들이 대선에영향을 미칠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범여권의 집중적인 공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측으로서는 크게 달가울 리 없는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bbk의 파괴력은 김경준씨가 한국 송환 뒤 쏟아낼 증언에서 어떤 새로운 팩트를 내놓을지, 또 그 주장의 신빙성과 객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이미 김씨는 지난 8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bbk 투자유치는 모두 이 후보가 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증거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범여권이 김씨의 조기 송환에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한나라당은 bbk 관련 의혹은 이미 과거에 충분한 검찰과 금감원 조사를 통해 이 후보와 무관한 것이 드러났다고 자신하면서도 긴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식 공작정치'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바짝 경계하고 있다.

검찰이 어느 정도의 수사 의지를 갖고 내달 중순 송환될 김씨의 수사에 임하느냐도 변수다.

이미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금감원의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돼 있다는 점에서, 김씨 송환 이후 검찰의 수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면 대선 전인 11월 말이나 12월초 쯤에는 중간수사 결과 발표까지 이뤄질 공산이 있다.

이 경우 그 내용이 이 후보쪽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 엄청난 파장을 드리울 수 밖에 없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 소환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공방이 벌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범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후보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이 후보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오히려 이 후보에 대한 온갖 네거티브가 허위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었음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김씨의 증언에 따라 이 후보의 지지층이 흔들리거나 보수세력의 동요가 있을 경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도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씨가 귀국 이후 그동안 bbk와 전혀 관계가 없다던 이 후보가 한 말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것을 내놓느냐 아니냐에 따라 파장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가 내놓는 증거나 주장이 그동안 나온 정도의 수준이라면 '공방' 수준으로 정국은 흘러가며 이 후보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믿을 만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드러나도 이 후보 지지를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높다는 측면에서 범여권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명박 대세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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