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주한 미군기지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미군이 우리 기업에 책임을 미루며 공동조사를 거부해 놓고, 기름탱크를 제거해 기지 밖으로 반출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은 1일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작년 12월22일 용산구 남영동 미군기지 '캠프 킴'에서 기름저장탱크를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외부로 반출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내놓았다.

서울시가 찍은 당시 사진에는 기름탱크를 파내는 모습과 옮기는 장면은 물론, 탱크의 깨져 있는 부분과 기름이 샌 모습이 차례로 담겨 있었다.

우 의원은 "미군은 작년 7월10일 발생한 남영동 한강로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및 상세 정보제공을 거부하겠다는 서한을 8월31일 환경부에 전달해 놓고, 같은해 9월1일 문제의 기름탱크를 청소한 뒤 12월22일 아예 탱크를 제거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은 '환경시장'이지 않느냐. 미군이 증거인멸하는데 사진만 찍어놓고 1년3개월 동안 토양오염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시가 이렇게 눈치보고 있으니까 미군이 오만방자하게 저러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작년 7월10일 남영동 기름유출로 지하철 전력구와 상·하수도관, 통신케이블 등이 매설된 지역의 토양이 오염됐으며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환경관리공단의 분석결과 기름이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jp-8' 유류로 밝혀졌다.

하지만 미군은 오염현장 주변에 과거 주유소를 운영한 한진중공업에 책임을 미뤘고, 용산구청은 기름유출 사실을 접수받은 이후 지금까지 오염원인 및 오염도를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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