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용대출 경쟁 가열 전망..수익성 악화 우려도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하한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기로 함에 따라 다른 은행들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용대출 시장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최고 0.7%포인트 인하..급여이체자 우대 =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6일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0.2∼0.7%포인트 인하하기로 하고 각 영업점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직장인신용대출 및 일반고객에 대한 가계신용대출의 기본금리는 0.2∼0.5%포인트 인하된다.

특히 급여 이체자에 대한 금리우대 폭을 현행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년 고정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할 경우 최고 0.7%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용자가 가장 많은 '직장인우대대출' 3개월 변동금리 상품의 경우 현재 연 6.95∼11.81%에서 연 6.55∼11.61%로 최고 0.4%포인트 낮아진다.

3년 고정금리 상품의 기본금리는 0.3%포인트, 5년 고정금리 상품은 0.5%포인트가 인하돼 각각 연 6.47∼12.53%, 7.51~12.57%가 적용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또 전문직군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도 0.21%∼0.28%포인트 낮췄으며 3개월 변동금리 상품도 추가로 신설했다.

따라서 현직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닥터론'과 판.검사, 변호사 등을 위한 '로이어론'의 3개월 변동금리 상품은 연 6.26∼연 7.36%가 적용돼 기존의 6개월 변동금리 상품보다 0.32%포인트 인하 효과가 있다.

이러한 금리는 은행권 최저 수준으로 국민은행은 보고 있다.

국민은행 가계여신부 임병수 부장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응하기위해 급여이체자에 대한 우대 금리를 대폭 확대했다"면서 "금리인하를 바탕으로 신용대출 쪽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긴장..수익성 악화 우려도 =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키로 하자 경쟁 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분간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지만 금리 인하 검토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실적 향상으로 연결되는지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측도 "국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같이 내릴 수밖에 없는데, 더 이상 인하할 여지가 없다"고 토로한 뒤 "연말까지는 수익성 관리를 위해 현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시장금리 추이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침체되자 중소기업 대출과 함께 신용대출 영업을 대폭 강화해왔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 신용등급이 나쁜 고객에까지 대출을 확대하는한편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해 대출한도 등을 늘려줬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112조2천억원으로작년말 105조3천억원에 비해 6조9천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인 4조원에 비해 1.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은이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10호)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금융권 가계대출(한도 기준) 682조원 가운데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투기등급'은 18%(123조)로 작년말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확대하면서 신용등급이 불량한 차주들에게까지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대출 경쟁을 벌일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시장에서도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용대출 금리까지 낮출 경우 은행의 외형은 커질 수 있지만 수익성은 그만큼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최근 강정원 행장이 연임하면서 국민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은행권 조달(예금)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을 대폭 늘리는 것은 일종의 무리수를 두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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