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은 566돌 한글날이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국기를 게양한 집이 너무 적었다. 도로변에 게양한 가로기만이 국경일임을 알려주었다. 한글날은 193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쉬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1991년부터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탓인지 국기 게양조차 하지 않아 안타깝다. 최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공휴일 재지정이 추진되고 있어 위안이 된다.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자를 알고 있는 문자이고, 1997년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2007년 세계 아홉 번째 국제 공개어로 채택된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면서 한글날에 전 국민이 쉬면서 한글 창제를 축하하고 한글을 기리는 행사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날, 566돌 한글날 경축행사를 시청하면서 한글과 우리말의 가치와 소중함을 거듭 깨달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드높이고자 한글날을 앞뒤로 한글주간을 정하여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 한글주간에는 '한글. 함께 누리다'를 주제로 10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전국과 해외 세종학당에서 다채로운 한글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가수 싸이(PSY)와 한류처럼 한글열풍도 더욱 널리 보급되고 퍼져나가길 바란다.

최근 역대 최고 문자를 뽑는 '세계문자올림픽'에서 우리 한글이 금메달을 받았다. 세계문자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1위에 우뚝 올랐고, 2위는 인도의 텔루그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다. 한글날 들려온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과 휴대전화 문자통신을 보면 말과 글이 매우 혼란스럽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국적불명의 외래어와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도 난해한 외래어를 남용하고 있다. 클러스터, 너싱홈, 실버시터 등 지자체가 만든 언어는 소통을 어렵게 하고 위화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와 인터넷 댓글 등의 폭발적인 증가로 언어생활범위는 대폭 확장되었고, 특히 은어, 비속어 같은 청소년의 언어는 날로 그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도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충북교육청이 세계 최고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자랑하는 한글의 우수성을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한글사랑관"이 2004년에 개관하여 한글 체험학습, 한글사랑 소식지 발행 등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충북도청 행정용어순화위원회에서도 앞장서, '로드맵→밑그림', '리모델링→새단장', '벤치마킹→따라잡기' 등 우리말 순화에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LH, NH, KORAIL처럼 영문 약어를 앞세운 지는 오래되었고, 에어로폴리스, 솔라밸리, 솔라 그린시티 등 영어식 사업명도 비일비재하다. 세계인들은 우리 한글이 우수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홀대하고 언어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또한 '너무 좋아요.'처럼 바르지 못한 말, '거스름돈 4,000원이십니다.'처럼 무정물(無情物)에 존칭을 쓰는 말도 고치는 등 바른 말 고운 말로 가꿔야 한다.

앞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선 우리의 국력과 더불어 자랑스러운 한글도 전 세계에 한류처럼 떨칠 수 있도록 한글과 우리말을 사랑하고 자긍심을 높여야 하겠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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