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높은 하늘에 길게 드리운 햇살이 볼을 스친다.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사람과의 대화는 줄어들고 스마트폰과의 대화가 삶인 듯여러 가지 인터넷기능 어플리케이션의 이용으로 편리한 사회에 산다. 요즘 주위엔 밤낮없이 에니팡이니 캔디팡이니 하는 오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스트레스 푸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책을 가까이 하며 독서에 관한 검색도 습관화 하면 좋을 듯하다.

영국 주부의 장바구니 안에는 책이 들어있다고 한다. 독서와 일상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경제 수준이 높아짐과 동시에 여유가 생기고 독서 인구가 늘었다. 많은 사람이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지만, 독서는 습관이 아닌 학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독서를 하고 싶지만 시간 내기가 어렵고,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들, 책 펴기가 두려운 '독서 울렁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책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사람들이 많다. 주부와 워킹맘이 모여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책모임'은 책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를 통해 바쁘다는 핑계로 지식과 멀어진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녀가 자연스럽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친구 사귀듯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책 읽기에 흥미를 붙였다고 한다. 독서의 장이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소중한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문필가인 『아서 콜턴』은 "단지 도착하기 위한 여행이라면 불쌍한 여행이며, 그 책이 어떻게 끝맺을 것인지를 알기 위한 독서는 가련한 독서다"라고 말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자아 성찰까지 할 수 있는 '소셜 리딩'이 주목 받고 있다.

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집중된 감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책이 쓰이게 된 사회적 맥락을 짚어 보고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 소셜 리딩이다. 그만큼 지식의 활용도와 범위가 더 넓다.

또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견해를 다른 이들과 나눔으로써 관심의 차이를 알게 되고, 그 차이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배우고 경험하는 동안 서로가 나누어야 할 철학이나 비젼, 목표 등을 쉽게 공유하게 된다. 단순히 읽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함으로써 소통하는 소셜 리딩은 사람과 책이 하나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지휘봉보다 책을 사랑했다는 나폴레옹은 일생을 숨 가쁘게 산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반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8,000여권의 많은 책을 읽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폴레옹은 전쟁 중 이동하면서도 마차 수레에 가득 책을 넣어 가지고 다녔고, 삶과 죽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 한 복판 막사에서도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학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원정을 갈 때 마다 가장 먼저 학술조사단을 앞장서게 했다. 점령지에 대한 역사와 지리 등을 연구하도록 한 것이다. 이 학술조사단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로제타석(Rosetta stone)의 발견이다. 고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손꼽힌다. 비록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은 실패로 끝났지만 로제타석의 발견만으로도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큰 기여를 했다. 책을 가까이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아시아에서 최초로 일본이 근대국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것은 '책'읽는 국민의 탄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회에서는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북 콘서트도 열고, 책읽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책 읽는 국민으로 성숙하게 소통하며, 더 나아가 국민통합을 이루는 선진한국의 모습을 그려 본다.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넘어 갈듯 하면서도 주춤하는 것은 지금 무엇 때문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정관영 공학박사, 충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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