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대변인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의 지시에 의해 관련부서에서 다른 시·도의 사례를 검토해보면서 충북도에 적합한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 대변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지난 8월 있었던 적십자사회장 선출 파문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적십자사 회장 선출 파문이 불거졌을때 옳고 그름을 떠나 도는 사실상 여론흐름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성영용 회장 선출자의 입과 행동을 쳐다보면서 하루하루 돌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데 급급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이 계속되면서 도의 무능력한 정무라인과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동시에 수면위에 떠올랐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그렇게 도가 무참하게 당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기지 않았을 뿐아니라 설사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사태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갈무리 됐을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자성의 차원에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 바로 대변인제 신설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2014년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되면 공무원들이 대처하기 거북한 정치적인 사안에 순발력있게 대처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대변인제 신설은 충북도가 매우 심도있게 검토중인 사안이며 벌써 구체적으로 기존 공보관실을 대변인실로 바꾸고 대변인실 최고 책임자를 기존 공보관으로 임명하고, 비공무원 중에서 부대변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충북에서는 대변인제 도입을 처음 검토하는 것이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대변인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등 모두 9 곳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 됐다.

문제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변인실이 과연 충북도의 생각대로 정무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도가 검토하는 방향이라면 신설되는 5급 상당의 부대변인이 대외적인 정무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 정도의 직급에서 도의 총괄적인 정무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물론 직급이 낮다고 해서 정무기능을 잘 못하리라는 생각은 그릇된 선입견이지만 대외적인 창구이자 민감한 정치문제를 다루는 자리의 직급으로는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존 정무부지사에게 예산과 현안 문제 외에 정무기능에 대한 분명한 미션을 부여한다면 5급 상당의 부대변인으로도 어느정도 역할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런 보완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되레 대외 기관·단체는 물론 의회로부터 "도가 오히려 지역사회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기존 조직과의 융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일반적으로 공무원 조직은 기존 질서를 깨트리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직급과 직책이 있어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자신들과 'DNA'가 다른 외부 인사의 영입을 극도로 기피한다. 이럴 경우 이시종 지사의 복심(腹心)을 헤아려 민첩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부대변인이 제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입맛에 맛는 부대변인을 뽑을 수 있느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지사의 의중을 헤아려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또한 설사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어떤 평판을 듣는 인물인지도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도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도가 검토하고 있는 대변인실이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아닌 옥동자를 낳길 기대해 본다.



/김정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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