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만 한 신간 3편]


'눈뜬 자들의 도시'

포르투칼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1998년)자인 사라마구(85)의 장편 ‘눈뜬 자들의 도시’가 국내에 소개됐다.

지방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83%가 백지투표를 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내용으로 소설의 전반부가 시작된다.

‘눈먼 자들의 도시’후속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도시 시민들 전체가 실명한다는 가정 하에 인간들의 권력욕, 소유욕을 비판한 작품이다.

시민혁명을 비민주적 방식으로 진압해가는 권력자들의 횡포를 통해 민주주의 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이 눈에 띄인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정부는 도시 곳곳에 비밀경찰을 투입하는 등 주동자를 잡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모두 허사로 끝난다

이 소설은 결국, 한 여인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암살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허구 속의 이야기지만 ‘공공의 이익’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모든 ‘권력’의 위험성을 담아 냈다.

저자인 사라마구는 “하나의 발길질로, 분노와 저항의 표현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고슴도치와 여우'

“단테는 고슴도치형이고 세익스피어는 여우형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1909-1997)은 그의 저서 ‘고슴도치와 여우’를 통해 인간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눈 뒤 이를 톨스토이의 사상과 역사관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벌린은 이 책에서 인간 행위와 역사적 경험에 중심을 두고 있는 부류를 고슴도치형으로 분류하고있다.

반면 여우형은 다중성을 발견하며 특정한 사상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존엄성조차도 기꺼이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현실주의적 사상가로 보았다.

따라서 벌린은 플라톤, 파스칼, 헤겔,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입센, 프루스트를 대표적인 고슴도치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헤로도토스, 아리스토텔레스,몽테뉴, 에라스무스, 몰리에르, 괴테, 푸슈킨, 발자크, 조이스를 여우형으로 분석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분석하기도 했던 저자는 “톨스토이는 지적인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절망 했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갈등을 해소시킬 수 없었고, 그 갈등을 해소시키지 않은 채 내버려두지도 못한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톨스토이는 천성적으로 여우형이었는데도 고슴도치형을 흉내 낸 불행한 천재였다"고 저자는 결론 짓는다.


'죽음의 지대'

최초로 히말라야산을 정복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63)의 ‘죽음의 지대’는 등반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식을 탐구한 책이다.

등반가들이 흔히 말하는 ‘죽음의 지대’란 산을 오르다 통과하게 될 7500m 지점을 말한다.

메스너는 많은 등반가들이 죽음이라는 극한 체험을 하면서도 왜 산에 오르는가를 이야기한다.

등반가들은 이 죽음의 지대에 이르렀을 때 감각을 잃거나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유령처럼 나타난다고 느끼는 등 저마다 이상한 경험을 한다.

실례로 독일 등반가인 토니 킨스호퍼는 동료를 잃고 낭가 파르바트의 바즈인 분지를 내려왔을 때 아이젠이 벗겨져 있었는데도 눈밭이 아니라 담배밭 사이를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메스너는 "죽음의 지대에 산소 마스크 없이 장시간 머물면 반응이 느려지며 사고력도 둔해진다"며 죽음의 지대에서 겪는 체험이 집중력 감퇴 때문인지도 모른다고적었다.

“탐구해야 할 것은산이 아니고 인간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고 오르지 않았다. 그저 이 자연의 최고 지점에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한 메스너는 이 말이 여운을 남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