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조동욱ㆍ충북과학대 교수 통신공학ㆍ산학연 전국협의회 부회장


▲조동욱ㆍ충북과학대 교수 통신공학ㆍ산학연 전국협의회 부회장
부활절하면 아직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달걀이다. 온 나라가 굶주림에 떨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나에게 부활절은 교회에 가는 날이었다. 교회를 안 다니는 아이들도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은 교회엘 가곤했다.

왜냐하면 부활절에 교회가면 달걀을 얻어먹을 수 있고, 크리스마스에는 과자, 사탕에 떡 등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교회로 발길이 돌려 지는 것은 정한 이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부활절에 주는 달걀을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이유로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으니 굶주린 세월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달걀 먹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먹어 배가 나와 걱정이고, 살 빼는 것이 온 사회의 관심사가 되었으니 참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1964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은 어린시절에 제대로 못 먹고 성장하여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적게 분비되는 것에 인체가 맞추어져 있다.

이로인해 섭취하는 음식량이 많아진 지금은 췌장이 이에 적응을 못해 50세가 넘으면 당뇨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서울 남산골 후암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영락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섞여 초등학교를 다녔고 정부에서 나온 옥수수빵을 옆 짝과 나누어 먹기도했다.

그 시절을 떠 올리면 괜시리 미소 짓게 되지만 그 당시 밥 굶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 가끔 tv에서 옛 친구들을 찾는 프로를 보면 어린 시절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그 당시 교회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였다. 성전 바닥에 주저앉아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자신은 고생하지만 자식들만은 잘 살게 해 달라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어머니들로 가득 찼던 곳이 바로 교회이기도했다.

교회는 금과 은이 없었어도 나사렛 예수가 있었으며 기도와 믿음과 사랑으로 헐벗은 이웃들과 함께 했다.
가정도 이혼이란 생각도 해 본적들이 없었으며 이 땅의 아버지들은 작은 돈이지만 식구들 먹여 살리려 일터로 향했고, 이 땅의 어머니들은 철야 기도하며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 했다.

자식들은 비록 배 불리 먹지는 못했지만 점심시간에 물로 배를 채워가며 공부하고 또 공부하여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던 것이 등 따습고 배부르니 세상살이가 더 이상해져 가는 것 같다. 가정은 가정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옛 맛이 없어졌다.

교회 가서 피 눈물 흘리며 기도하시던 어머니들은 하나님대신 애인들을 찾고 있다. 가족이기주의가 문제라고 하던 시절도 좋던 시절 이야기이고 이제는 가족 내에서도 자기 밖에 모른다.

자식보고 이혼 안하고 참는 부모들보다 이혼할 때 짐이 될까싶어 자녀 양육권을 서로 안 갖겠다는 것이 현 주소이다.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던 교회가 굶주린 사람들을 원치 않는다.

교회가 이제는 돈은 있는데 예수가 없다. 교회자체도 콜레스테롤 문제로 부활절 달걀을 안 먹으려 한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는 다시 달걀 먹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가정이 가정답고 교회가 교회 같아야 한다.
오늘따라 늙고 등 굽은 어머니 사진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사진을 보며 물과 소금 없이 달걀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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