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가 광역시라 그런지 아직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돌아가는 지역 정치 판도는 다른 광역시 이상으로 상당한 폭발력을 지니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전국 17번 째 광역 시정(市政)을 책임지는 시장의 당적이 어느날 갑자기 바뀌더니 같은 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도 당적을 옮겼다. 당적을 변경한 시장이나 시의원 모두 선진통일당 소속이었다.

선진통일당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 속에서 충청권의 맹주를 자부했었다. 굳이 DJP연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리고 '자민련 바람'이라는 돌풍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한 때 충청권 정당으로 내세워졌고, 지역주민 역시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 시장·시의원의 탈당


그 선진통일당이 최근 들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당원들이야 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당시 자유선진당 간판을 내걸고 별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 대표마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당명을 지금의 선진통일당으로 바꾸고 심기일전, 정치판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힘이 달리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4·11선거가 끝난지 석 달이 조금 지난 8월 당 소속 세종시장이 하루 아침에 당을 떠났다. 물론 당사자야 심사숙고, 오래 전부터 고민했을테지만 정치의 주인, 지역의 표심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자다가 벌떡 일어날 깜짝 뉴스였다.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한마디로 "세종시의 정상 건설을 위해서는 지금의 정당 갖고는 안 될 것 같아 힘 있는 정당으로 옮겨야겠다"는 것이다. '묵은 솔이 광솔'이라고 그래도 선진통일당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에서 소속 자치단체장이 이탈하자 지역 정국은 어수선했다. 곧바로 '그럼 같은 당 시의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지역 정치의 셈법이 시작됐다.

별별 얘기가 많이 나왔다. "시장과 함께 행동을 하기로 했으나 시장이 먼저 치고 나갔다"는 것에서부터 "시의원들이 당을 옮겨야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결행을 못하고 있다"는 등 온갖 추측과 관측이 난무했다.

그러더니 결국 그 시의원들도 지난 4일 하나같이 당을 떠났다. 7명의 소속 시의원 가운데 의장과 비례대표를 뺀 나머지 5명이 한꺼번에 탈당을 감행했다. '시간이 문제일뿐 당을 바꾸기는 바꿀 것'이라는 정치 관측통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들 역시 탈당 이유는 시장과 똑같았다. "세종시 건설을 위해 당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압축됐다.


- 결정 과정에서 소외 당한 유권자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본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현실을 외면한 정치는 있을 수 없듯 정치 역학 구도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고 대세 만을 좆는 얄팍한 처세라는 비난도 뒤따랐다. 비난하는 측에서는 "이번에 탈당한 시장이나 시의원들이 입만 열면 '이 정권에서 세종시를 지켰다'고 자랑하는데 그럼 그 때는 소속 당이 힘이 있어 뜻을 관철시켰느냐"고 꼬집는다. 인물도 봤지만 당을 보고 찍은 내 표는 어떻게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당적 변경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더 정확히 내려질 것이고, 당을 떠난 시장이나 시의원 모두 나름대로의 정치적 소신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이 현 정치 구도상 어쩔 수 없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을 보고 그들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떻게 보상 받을 것이며, "선거 때 그렇게 찍어달라고 하더니 이번 탈당 때 정작 표를 준 우리에게 물어보기나 했느냐"고 불편해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할 말이 조금 궁색할 것 같다.



/박광호·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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