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격인 일의 가격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일 것이다.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 힘과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식료품이나 집세, 교육비등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과 교환하게 된다. 임금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임금은 노예제도에서 자유 노동시장으로 바뀐 이후로 계속해서 개선되었다. 미국의 경우 1918년 달걀 한줄 가격이 제조업 노동자의 근로시간 한시간정도 수준 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동일한 근로자가 5분미만의 노동만으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명목상 임금은 높아졌지만 노동시장은 과거에 비해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가혹해 졌다. 임금을 조정하는 요인은 두 가지인데 생산성과 노동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다. 임금 상승은 사회적 정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임금이 오른 이유는 오늘날의 근로자는 19세기말 근로자가 한 시간 걸려 수행한 일을 10분 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근로조건에 대한 사회의 선택은 가치관이나 도덕보다는 노동력 제공 방식에 따른 수익성과 관련이 되어왔다고 한다. 일정한 기간 동안 계약에 따라 노동을 하기로 약속하고 노동을 제공하는 연한(年限)계약 노동자를 고용하느냐 자유노동자를 고용하느냐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노예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그들의 노예 생활을 보증하는 보증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저렴한가에 좌우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만 생산하던 원시 수렵 사회에서는 노예제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식량 생산의 진보로 잉여물이 창출되고 이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이 가능해지자 지주들은 노동비용의 상승을 피하기 위해 강제 노동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땅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 임금제도가 노예제도 보다 더 매력적인 방식이 되었다.

인구밀도가 적을 때는 지주들 가운데 80%정도가 노예를 고용했지만 농업생산성이 증가하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자 절반이상의 지주들은 강제 노동 대신 임금 제도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14세기 유럽인구의 절반을 사망하게 한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하게 줄자 러시아의 지주 계층은 소작농들의 이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황제에게 로비를 벌였고 지주들로 하여금 채무 예속을 통해 소작농들을 땅에 귀속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예제도는 생산성을 둔화 시켜왔다. 미국의 경우도 19세기 중반 강제 노동이 널리 이루어진 남부의 주들보다는 노예제를 철폐했던 북부의 주들이 훨씬 부유하다.

노예들은 생산성을 높일 인센티브를 갖지 못했다. 열심히 노동해봐야 지주에게 더 많은 잉여물을 안겨 줄뿐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주들 또한 값싼 노예들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노동기술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갖지 못했다. 이 두 가지 영향이 모두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도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노예제도가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불법 이주 노동자들은 연한 계약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불법이민자들과 합법적인 이주 노동자라해도 그중 일부는 대체 일자리 모색을 금지하는 비자 요건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재의 일자리에 구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국제화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값싼 노동력을 풍부하게 제공 받게 되었고 베트남의 경우 2010년에 월 최저 임금을 올린 것이 5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노예들도 이보다 싸지 않을 것이다. 지금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처한 경제 위기 상황도 세계화를 통해 노예제도에 버금가는 노동력 제공 방식으로 인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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