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8대 대선은 정책은 없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NLL을 두고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한치 양보없이 날을 세우며 공격에 나서고 후보는 물론 캠프 참모들까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 왜 이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만 하다.

물론 과거가 있으니까 미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가 남의 흠집 상처내기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어서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국민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라도 제발 좋은 정책을 내걸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축제의 선거전이 되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연일 공격하는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한 것인지 아니면 헌납 받은 것인지에 대한 공방인 것 같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는 친일 재산이며 부정 축재 재산인데다, 강탈한 것이 아니라 헌납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민주당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 볼때 장학회의 재산을 몰수한 것은 강탈이라는 주장이다.

야당은 역사 인식의 부재에 대해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이번에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제기되자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역사 인식에 대한 기자 질문에 '강탈이 아니라 헌납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통령 후보이기에 앞서 아버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부정하고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능하면 가혹한 평가보다는 부녀로써 이해하려는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이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됐고 결국 지금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부재라는 공격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박 후보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를 약점으로 삼아 무차별 공격에 나서는 야당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이같은 야당의 공격 속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 한계선(NLL) 포기 발언'에 대해 집중 공격하고 있다. NLL 논란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면서 "더 이상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발언이 있었다면 문 후보도 비켜갈 수 없다. 대화록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대통령 기록물 파기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었다면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국가 안보가 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국정감사에 출석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사이의 대화록을 봤다"고 증언했다. 천 수석은 그 출처에 대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니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화록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면 거기에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공방만 계속할 뿐 그 실체를 규명하는데는 소극적이다.

새누리당은 NLL을,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를 선거 막판까지 끌고갈 모양이다. 이제 국민들은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공방을 듣고 싶다. 제발 네거티브 선거전은 이쯤에서 끝내기를 바란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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