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TV와 인터넷은 매일 같이 세 명 대통령후보의 행보와 공약들로 가득 차 있다. 과거사 논쟁, NLL논쟁, 투표시간 연장 논쟁에, 야권 후보 두 사람의 단일화 논쟁 등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이들이 내거는 그 어떤 정책이나 전략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21세기 한국사회를 온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성 있는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18대 째를 맞는 역대 대통령 중 도덕성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이가 별로 없는 것은 온 국민과 역사가 아는 일이다. 혹자는 대통령은 도덕성이 있는데 그 주변 사람이 도덕성이 없었다고 변호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도덕성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참모들의 것을 포괄하는 것이다. 도덕성이 없는 이가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다스리려 하니 한 마디로 '영(令)'이 서지 않는다. 장관 정도 하려면 당연히 위법행위 전력이 한 두 개쯤은 있어야 기본스펙이라는 서글픈 현실을 보라. 성폭력과 배임, 뇌물 등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사회현상, 날로 흉포화 되는 범죄현상의 근원을 따지고 보면 국가의 권위가 없기 때문이고, 그 근저에는 도덕성 없는 이가 대통령으로 앉아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이 좀 떨어져도 국가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허구임은 이미 체험을 통해 배웠다.

다음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대통령을 원한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또한 도덕성의 문제에 귀
일(歸一)한다. 도덕성이 있는 이는 겸손히 국민의 뜻을 묻고 따른다. 그러나 도덕성이 없는 이는 제멋대로 자기 고집대로만 한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군림하며, 자기를 무조건 따라 오라고 한다. 국민을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60여년의 정치역정 속에서 초대대통령을 비롯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런 대통령들을 너무 많아 봐 왔다. 대통령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통치하는 최고의 직위다. 당연히 가장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긍구하며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지로 밤잠 설쳐야 한다. 어떤 공직보다도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무한의 봉사책임자다. 개발독재시대의 대통령처럼 몇몇 인너서클(inner circle) 구성원의 의사대로만 국정을 이끌어 가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이 원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소통을 말하면서 소통이 안 되는 대통령, 소통을 강조하면서 자기말만 따르기를 원하는 제왕적 대통령은 더 이상 21세기 형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솔직한 대통령을 원한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이 아닌, 속한 정당과 참모들의 처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직만큼 설득력 있는 무기는 없다.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고 국민에게 설득하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통령, 혹 정책수행 과정에 실수가 있다면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럴 때 국민이 지도자를 더 신뢰하고 존경하며 그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옛말에 '권불 십년(權不十年)'이라 했지만, 현행 헌법상으로는 겨우 '권불오년(權不五年)'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화려하게 대통령에 취임해도 5년 뒤엔 내려와야 한다. 내려 올 때 존경받고 박수 받으려면 솔직하게 국민 앞에 내놓고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할 줄 아는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세계 10대 강국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이는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권력의지만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가 아니다. 진정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져 헌신할 수 있는 도덕적인 사람이 뽑혀야 한다. 임기 중은 물론 임기 후에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도덕성 있고, 겸손하며 헌신하는 대통령,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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