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학 교수

초등학교 3학년 때 반장선거에 출마했다. 지금은 초등학교도 반장선거를 하지만 1960년대에 선거를 통해 반장을 뽑는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 우리 담임선생님은 상당히 깨인 분이셨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이른바 班權(반권)을 향한 경쟁을 세 명이 벌였는데 어찌나 막상막하였는지 낙선 후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은 나를 위로하고자 직책에도 없는 줄반장을 시켜주었다.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치러 본 선거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반장 선거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반장 선거도 아닌 나라의 대권이 걸린 금년도 대권 경기가 그 간 하도 재미없게 진행되어 경기를 보기가 싫었다. 그러나 선거일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움직임과 bbk사건의 주역인 김경준씨의 귀국등과 맞물려 이제 대권경기가 볼 만한 경기가 되고 있다. 자칫 싱겁게 끝날 것 같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제 강력한 선수도 등장하고 미국에서 송환되는 링 밖의 움직임까지 합해져서 경기가 치러질 구도를 상상하니 선수들이야 고달플지 몰라도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구미가 당기는지 모르겠다. 하기사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대권 경기인데...



훔칠 생각만 하지마라



어느 집 밭에 보물금고가 발견 되었다.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은 어찌 행동할 까? 아마 밤에 사람들 눈에 안 띨 때 주인 몰래 밭에 가서 금고를 찾아 달아 날 것 같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이와 유사하다. 현대통령이 인기가 없어졌다고 눈가림을 통해 몇 차례나 새로 정당을 만들고 하니 금년 한 해 동안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하기사 또 장사 안 된다 싶으면 얼마 못가 두꺼비 집 만들듯이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가 반복될 테니 이건 한순간의 국민들 마음을 훔친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여당뿐이랴. 야당도 당내경선이 끝나자마자 승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아량과 겸손을 보여주지 못하고 마치 점령군마냥 마구 휘두르는 모습만을 보였다. 경선 후 포용하고 화합하겠다고 거짓말하여 국민들의 마음을 일순간 훔쳐가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모두들 밤에 남 몰래 국민이 주인인 밭에 와서 금고만 훔쳐 갈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집을 팔아야 한다



금고를 갖기 위해 좋은 방법은 정당하게 집을 팔아 보물단지가 있는 집의 밭을 사는 것이다. 비록 밭주인은 자기 집에 보물단지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속아서 밭을 판다고 해도 그래도 이게 좀 더 현명하지 않을까. 어차피 선거란 국민들 마음을 현혹하는 경기인데 좀 떳떳하게 집 팔아서 밭을 구입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그 밭에는 보물금고뿐 아니라 땅 밑에 금광이 있어 오랜 세월 금광을 캐고 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게 더 좋은 것 아닌가 싶다. 이게 훨씬 남는 장사 아닌가? 이러자면 집을 파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 집은 자신의 모든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야 금광까지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자기희생, 자기포기는 없고 금광만을 가지려고 하니 우리들은 참으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 잔치하는 것 같고 선거 전략이라는 것도 마음에 와 닫기 보다는 어느 날 밤에 남 몰래 금고를 훔치러 가는 것이 좋을까하고 작전 짜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경기를 운영할 경우 보물단지조차도 나중에는 밤에 몰래 와서 훔쳐 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 금 번 대선은 제대로 집 팔아서 금광단지을 차지하는 경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말이지 집 팔아 밭 사면 노다지 금광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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