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땐 휴대폰 꺼내지말라"고 야단치던 50~60대 어머니 마저도 애니팡 친구 순위 목록에서 만난다.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은 두 달 만에 2000만 사용자가 즐기는 '국민놀이'가 됐다.

카카오톡 친구들과 실시간 점수를 비교해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애니팡의 인기 비결이다. 사람들은 근무중이거나 한 밤 중에도 시간만 나면 '하트'를 날린다. 애니팡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공간이다. 나 혼자 두 눈을 화면 속에 한정시킨 뒤 빠르게 동물을 맞추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기록한 고득점을 친구들과 비교하는게임이다.

TV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공동체 와해를 걱정했다. TV가 가족간 대화 시간을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책 읽을 시간이나, 성찰할 시간을 앗아간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스마트폰은 사람을 더 바보로 만든다.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들 때까지 움켜쥔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대화는 커녕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안에서 길을 잃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경험하는 것을 스마트폰이 대신해 준다.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여가 시간까지 오롯이 나눠 갖는다.

TV에서 컴퓨터, 다시 노트북에서 스마트폰까지 점점 '스마트'해진 기기들은 개인을 그렇게 똑똑함 속에 가둬버렸다.

스마트폰은 과연 우리 삶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일까? 지금 이 시간 애니팡의 동물들이 소리를 내며 터지는 그 순간, 현실 세계를 경험할 우리 시간도 함께 터져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지홍원(증평·괴산 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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