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에 많이 올리던 결혼식이 한 여름이나 겨울에도 많이 있어 흔히 '결혼은 철도 없다.'지만 그래도 요즘이 이사철이고 결혼식 성수기인데, 경제난에 이사도 결혼식 횟수도 많이 감소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필자도 주례(主禮)를 설 때가 많다보니 인륜대사(人倫大事)인 결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로 인하여 가정이나 국가에 많은 지장이 있어 1973년 '가정의례준칙'을 공포하여 허례허식을 없애고 의식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하려고 시도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최근에 '고(高)비용 결혼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실천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모 신문사와 여성가족부가 손잡고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을 펼치고 있어 무척 반갑다. 하나금융과 포스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도 서명을 하고, 기업과 지도층 인사와 일반시민 사이에서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이 릴레이로 이어지면서 결혼문화가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니 많은 기대가 된다.

고객들이 작은 결혼식을 약속하면 전세대출 금리를 깎아주고,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는 은행도 있다. 결혼 비용이 줄어들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점점 기피하게 되고, 부모는 결혼과 전세비용을 대느라 비참한 노후를 보내게 된다.

평생 한 번인 결혼식이라고 호화롭게 돈을 쓰지 않아야 한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의미를 부여해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된다. 실반지 하나를 사도 '둘이서 어디에서 어떤 의미를 담아 이 반지를 샀다.'는 역사가 있어야 한다는 그분들의 취지에도 적극 공감한다.

필자의 경우처럼 몇 십 년에는 어려운 사람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선풍기,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가구 모두가 부부가 애써 마련한 것일 때 더욱 소중하고 애착심이 가고 추억의 물건들이다. 신혼 초 시골에서 생활할 때 냉장고가 없어 흘러가는 실개천에 김치통을 담그기도 하다가 냉장고를 장만하였고, 남의 집에 가서 어깨너머로 시청하다가 어렵게 흑백TV를 들여놓았을 때 동네 사람들이 가지 않아 졸려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가구 하나하나도 그렇게 정성들여 마련할 때 어려움은 많겠지만 그만큼 가치도 있고 보람도 많다. 모든 것을 당연하다시피 받는 사람과 부모님의 눈물로 집과 가재도구 일습을 부족함이 없도록 갖춘 신혼집에 사는 사람은 어찌 그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김용택 섬진강 시인의 중요한 것은 서로 배우고 맞추고 바꿔가겠다는 의지이며, 결혼생활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학교이며,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만나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안 되고, 행복한 결혼생활은 결코 화려한 결혼식에서 오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택시를 타보아도 시장에 가보아도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고 자원은 빈약한데도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새마을운동, 경제개발 등을 바탕삼아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땀 흘려 노력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수출도 내수(內需)도 모두 힘들고 악조건이다. 이런 때일수록 '작은 결혼식'처럼 고치고 보완할 것은 하나하나 바꾸고 정착시켜 경제도 살리고, 온 국민이 정(情)이 넘치고 더불어 사는 알차고 바람직한 의식으로 변혁되기를 갈망하여 본다.



/김진웅 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