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이란 사전적 의미로 '싸움이나 경기에서 진 사람 또는 쇠퇴하거나 폐지한 것이 다시 성하게 됨'을 뜻한다. 우리네 삶이 더 버겁고 조급해 지는 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패자부활이란 기회가 흔치 않은 현실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로지 최고와 1등만 기억하는 사회 분위기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2등은 기억하지도 않고 존재가치도 없는 성적지상주의, 성과지상주의가 판을 치다보니 결과보다 과정의 치밀함을 무시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한다. 이는 '과정이 좋아야 결과도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한 결과이다. 이로 인해 땀 흘린 노력의 과정은 무시되고 목표달성만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우에 따라서 목표달성에 실패하면 수치스럽게 생각하거나 낙오자 인생으로 내몰리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회전반에 만연된 이러한 분위기는 성적지상주의에 멍든 청소년들은 각종 탈선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IMF와 개인주의 경향 등으로 주목받지 못한 40대 전후의 '잊혀진 세대'들은 가정과 사회를 떠받치는 허리역할에 낙오할까 갈등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그들 역시 인생이모작의 출발점에서 실패란 두려움에 방황하고 있다.

그러면 한 번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서기 어려운 현실이고 사실상 패자부활의 기회는 전혀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요즘들어 '패자부활'이란 의미와 가치를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서민들을 위한 미소금융이 그렇고, 벤처기업인을 위한 지원도 그렇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스포츠에도 자주 등장을 한다.

얼마 전, 독립야구단을 운영하는 '고양원더스'가 4명의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진출시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낙오자인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서 그들은 눈물 젖은 빵을 곱씹으며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고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화려한 1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의 결실로 꿈을 실현한 선수들의 성공담이이서 가슴 뭉클해진다. 1등만 기억하는 우리사회에 그들이 던진 화두는 '패자부활', 즉 패자를 위한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회를 통해 영원한 낙오자에서 당당한 부활자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패한 누구든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1등이 아니어도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부활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모두가 1등으로만 내몰리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각종 흉악범죄가 끊일 줄 모르고 늘어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패자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올해 프로야구를 결산하는 무대에서도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프로리그 최고의 선수와 신인왕에 선정된 둘 모두 패자부활의 기회를 얻어 이룰 수 있었던 영광이었다. 피나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로야구계에서 영원히 도태될 굴곡진 운명에서 영웅으로 재탄생 하는 과정은 2군과 벤치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겐 분명 열정과 도전의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한 순간에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듯이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그 과정들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행복한 삶이라 판단된다. 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은 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1등인 것이다. 위대한 인물들의 업적 뒤에는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한 두 번의 실패를 인생의 낙오자로 간주하기보다 최선을 다한 실패는 보듬어 안아주고 용인하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성공 못지않게 실패도 소중한 학습이고 자산이라 좌절하지 않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1등 국가가 아닐까 싶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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